빈티지 룸의 아침
잔스카르 여행을 마치고 새벽 3시 즈음 도착하였을까? 아마 16시간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차에서 오랜 시간을 조수석에 앉다 보니 운전하는 싱게가 미안해서 잠을 억지로 참아 왔으나 레에 도착하기 2시간 정도는 눈이 저절로 감겨 그냥 대놓고 잤다. 미안하다 싱게야. 나의 의리는 생리를 의지와 상관없게 이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싱게 동생 초모 집 2층 방에 몸을 쭉 뻗고 눈을 감았다 뜨니 서서히 이 방의 매력이 인지 되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려 서로의 몸을 부딪쳐 잔잔히 내는 나뭇잎 소리에 어딘지 모를 높은 산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레 중심가로 흘러내려 지치고 얄팍해진 물소리가 겹치고 그것을 듣는 귀와 흔들거리는 나뭇잎의 잔잔한 몸짓을 보는 눈, 여기에 아주 오래되어 빛이 바래 녹슬어가는 창틀과 세월의 흔적을 몸소 받아내고 있는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육감의 이미지 조합은 그 언젠가 어린시절 어렴풋이 경험했던 다락방의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빈티지한 맛이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썰렁해진 아주 추운 겨울밤 그것을 달래주려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과 별빛 아래의 맑고 깔끔한 짙푸름을 상상해본다. 이런 방에서 4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려본다면 참 좋겠다. 이것이 진정한 한량(閑良)의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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