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몇 시니...?

in #zzan3 days ago

한밤중이다.
어머니의 기척이 나를 깨웠다.
안 주무시는 거 같다.
왜요? 하며 얼른 일어나 동정을 살폈다.
목이 마른 지 물 좀 줘하시기에 옆에 물통을 들어 입에 대 드리니 이거 말고 시원한 거 하신다.

뭘 드릴까 하다 윌을 얼른 꺼내 왔다.
어제부터는 윌을 드리는 방법을 바꾸었다.
뚜껑 열고 빨대를 꽂아 드렸는데 잘 드시더니 언제부터인가 나 그거 싫어하신다.
너무나 싫어하시기에 고민 끝에 9월부터는 작은 요구르트로 대체해서 매주 10개씩 넣어 달라 했다.
그런데 작은 그릇에 따라서 드리니 잘 드시는 거 아닌가
ㅎㅎㅎ

약도 잘 안 넘어간다고 싫어하시는데 물보다 윌로 드리니 잘 넘기시는 거 같다.
그래서 상황 봐서 같이 넣어 달라고 해야 하나 생각을 하게 한다.
윌을 소주컴에 하나 따라 드렸더니 시원해서 좋다며 잘 드신다.
빨대도 굵은 빨대를 길이를 잘라 적당한 사이즈로 만들어 드리니 훨씬 드시기 편해하신다.
시원하게 드시기에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잔에 조금 더 양을 늘려 따라서 입에 대어 드렸다.
시원하다며 맛있게 드시더니 이제 배불러하신다.
그럼 그만 드세요, 나머지는 내가 먹으면 돼요 했다.
그게 내 수법이다.
이럴 때 어머니는 먹지 마 환자가 먹던걸 왜 먹어하신다.]
그러면 괜찮아요 엄마가 먹던 거 내가 먹는데 뭐가 어때요 한다.
결국 내수에 지는 척 어머니는 윌을 다 드신다.

조금 있다가 뭘 좀 더 드릴까요, 하고 여쭈니 아침에 먹지 뭐 하신다.
지금 드셔도 되어요, 참도 먹는데요 뭐~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했더니
그럼 먹을까, 지금 몇 시야, 냉장고에 뭐 있지 하고 물으신다.

예 지금 2시 40분이고요, 냉장고에 이것저것 다 있어요, 했다.
복숭아 드릴까요, 하고 물으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 그거 싫어하신다.
복숭아 맛이 없어, 너무 먹어 질렸어하신다.
내가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씻어 깔끔하게 하여 껍질까지 벗겨서 드시기 좋게 조각조각 내어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싫다 하신다.
잘 드시더니 싫증이 나신 거 같다.

그럼 뭐 드릴까 생각하다 음료수 종류 이름을 쭉 대니 싫다신다.
하여 고기 드릴까요, 했다.
그랬더니 응 나 그거 줘하신다.
연어를 드릴까요 육회를 드릴까요 하니 다 줘하신다.

우선 연어회를 드렸다.
두 점 드렸다.
주문한 게 오려면 이틀을 더 있어야 한다.
400그람짜리 두 개를 생각보다 빨리 드셨다.
이번에는 아예 1킬로짜리를 주문했다.
두세 점 남은 건 내일 드리지 하고 그릇을 덮어 냉장고에 넣고 육회를 꺼냈다.

육회는 동네 정육점에서 좋은 거 달라하면 알아서 준다.
그러니 없으면 당장 달려가도 된다.
해서 육회는 떨어져도 걱정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당에 가서 포장 주문해서 가져오기도 한다.
어머니의 입맛 따라 내가 움직이면 되기에 떨어져도 걱정될 게 없다.

육회를 한 움큼 덜어내어 소스에 비벼 드렸다.
내가 슬쩍 장난기가 발동하여 한알씩 드리니 입에 들어오는 게 없어 어디로 다 날아가나 봐 하신다.
그래요 하며 그럼 어떻게 드릴까요 하니 많이 하신다.
참 귀엽다.
천진 난만한 어린이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 어릴 적 모습이지 싶다.
난 생고기가 맛있어하시면서 육회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좋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고 온갖 감정이 밀려와 눈물이 나려 한다.
다 드시더니 배부르다며 이제 자야지, 내일 아침에 또 먹어야지 하시며 내가 괜히 자는 걸 깨웠지 하신다.

스마트 폰으로 옛날이야기를 틀어 드리고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들으시는 거 같다.
나도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잠결에 빠져 들었는가 하는데 이국장이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 하는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6시가 되었나 보다.
순간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궁금했다.
눈도 안 뜨고 여보 무슨 요일 하니 일요일이란다.
왠지 일어나기 싫다.
급할 것도 없는 날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 생각 끝에 있는 말이 튀어나온다.
나 오늘 아침운동 안 갈래, 일어나기 싫어 그냥 더 잘래 하고는 그냥 다시 잠결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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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your post is so heartwarming! The dedication and loving care you provide to your mother, even in the middle of the night, shines through every word. It's touching to see how you adapt to her changing preferences, from the yogurt to the perfect straw size for her Will drink!

The little details, like preparing the peach beforehand and knowing exactly where to get the freshest yukhoe (육회), really paint a picture of your devotion. And the playful interaction with her over the yukhoe – pure gold! This post reminds us of the beauty and importance of family.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moving story. I'm sure many readers will find this relatable and appreciate the love you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