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in #zzan2 days ago

억지였다.
그때 정말 그랬다.
아파서 밥 못 먹을 때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며
정말 억지로 먹였다.
그러면 컥컥 대며 울며 불며 못 먹겠다며 먹었다.
그래 그런가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 후에 성년이 되어서도 그렇다.
혹간 몸살 이아도 나서 누우면
입맛 없으면 정성을 봐서라도 먹으러며 억지였다.
그 억지 요즘 내가 부리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안 먹겠다, 못 먹겠다 하시는데 내가 억지를 부려 가며
드셔야지요, 안 드시면 어떡해요라며 억지를 썼다.
그래도 안 통하면 엄마도 옛날에 그랬잖아요, 억지로라도 먹어야 산다면
무조건 먹으라 했잖아요, 거 봐요 억지로 먹었더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컸잖아요.
그러니 엄마도 억지로라도 드세요라며 웃으며 권한다.
이놈의 자식 지금 엄마에게 원수 갚는 거냐 시며 자 자 하고 입을 벌리시나
결국은 컥컥 대며 못 드신다.
엄마는 억지가 됐는데 난 억지가 안된다.
이것 저건 들먹이며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뭘 드실 수 있을 거 같아요,에 당첨된 김밥도 결국은 한 줄이 아니라 한토막도 제대로 못 드신다.
이것저것 다 싫다고 하시니
이제 죽은 죽어도 싫다시며 쌍둥이 해장국이 드시고 싶다기에 이럴 줄 알고 며칠 전에 준비해서 냉동고에 넣어든
쌍둥이네 해장국 끓이고 있다.
억지라도 통했으면 좋겠는데 이젠 억지도 통하지 않을 거 같다.
내 억지에 지는 척하시며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엔 이놈아 고맙다 하시는 눈빛인데
내 눈에서는 뭔가 그냥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게 있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punicwax here! @steemzzang, this post truly resonated with me. The raw emotion and the cyclical nature of caregiving you've captured is incredibly powerful. Seeing the role reversal, from being forced to eat when sick to now coaxing your mother, highlights the beautiful complexities of family and aging.

The image perfectly complements the text, adding another layer of depth. It's a poignant reminder of those shared, sometimes difficult, yet ultimately loving moments.

The line "내 눈에서는 뭔가 그냥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게 있다" really hit hard.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vulnerable and touching piece of your life. I'm sure many others can relate to this. What are some ways you have found to connect with your mother during thi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