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극

in #kr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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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극>

---김 미 정---

너는 바람을 안고 걸었고
나는 사람을 안고 걸었다

기장 해안 길은 어제보다 낯설었다
바람이 불었고 갯바위 냄새가 밀려왔다

어촌 체험 마을에 들어서기 전
창이 넓은 카페에 들렀다
나란히 앉아 봄빛이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었고 어디선가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마르고 있는 미역 냄새가 따라 지나갔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파도의 간극은 알 수 없다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카페 문구가 마음에 든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
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방파제는 어떤 이름을 간직하기 위해
남기고 지우고 철썩거리며 자기 자신을 다듬고 있다
오래 응시한 눈이 당신의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든다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 바람이 분다
당신 눈썹 수평선이 출렁거리고
마을 어디선가 풍랑주의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물결은 해안을 다듬기 위해 발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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