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0 months ago

비가 온다
보슬비라도 오면 좋으련만
이산 저산 이 마을 저 마을 휩쓸고
아우성 치는 물살도 숨어서 울
울어서 울어서 눈물로 물길을 낼
비가 내린다

산이 무너지고
둑이 터지고
집을 삼키고
내 일이 아니라고
다른 곳에 알아보라거
숱한 목숨을 삼키고

메두사의 혀가 날름거린다
비린내가 할딱거린다

image.png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던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山)마루에 걸려서 운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1
JST 0.030
BTC 67692.69
ETH 3797.88
USDT 1.00
SBD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