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year

유월 보름, 유두절 밤
덜찬 보름달이 분을 삭이지 못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다

장마도 물러가고
말복 지나 말매미 울음 그치면
속살속살 콩꼬투리 짓는 소리
사박사박 벼이삭 올라오는 소리
실개천을 따라 남실거릴텐데

유두절 국숫가락처럼 늘어지는 더위에
능소화처럼 붉은 뺨을
깊은 밤 은하수에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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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시/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 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 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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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너무 진초록만 바라보면 지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