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s] 90년대를 회상하며/짝퉁 불금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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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7일 시카고의 링컨스트리트에서의 아침

나는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중에서 가장 좋다. 아침 햇살이 나무 사이로 내리쬐어주고 피천득의 수필인지 누구의 수필인지 원제목이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중학교때 국어교과서에 나온 거 같다. 낙엽을 주제로한 수필이였던거 같다. 거기에서 언급되는 낙엽예찬에 관한 대목중에

잘익은 개암냄새가 난다

낙엽을 태울때 그런 냄새가 난다고하는데 개암냄새가 뭔지 모른다. 아무튼 낙엽타는 냄새도 참 좋다. 그런데 태워야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다. 개코인 나는 낙엽냄새를 좋아한다. 그리고 가을 아침 약간 서늘한 바람 기운에 낙엽이 휘날리는 느낌도 운치가 있다.

또하나, 낙엽을 밟을때 나는 소리

부스락

가을 아침에 느끼는 상쾌함은 여느계절의 상쾌함과는 다른 독특한 정취가 있다. 서늘한 감각,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빛살과 차가운 듯 축축한 듯 건조한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촉각(시각에도 촉각이 달렸다), 고즈넉한 거리의 가라앉았지만 웬지모를 잔잔한 생동감, 그러나 약간 어두운 느낌, 여름이나 봄의 아침 느낌과는 다른 무언가 조금 흐림, 맑아도 흐린 느낌, 그러나 마음이 흐린건 아니다. 상쾌한 흐림이다. 상쾌한 어둠이기도 하다. 뭔가 가라앉는 분위기를 그냥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언어, 말이란건 군더더기가 많다. 그냥 체험하고 느끼면 알게되는 것인데 그걸 표현하자니 말밖에 따로 없다.

걸어가면서 나를 둘러싼 풍경과 내가 만들어가는 복합적인 청각, 시각, 촉각의 교향악을 시카고라는 낯선땅에서 분위기에 젖어 한컷 담았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요럴땐 시카고의 이노래로 시작을 반드시 해야한다


Chicago If You Leave Me Now

ps. 서울 대공원 둘레길의 거리도 참 운치 있어서 좋다. 나는 특히 계수나무 군락이 있는 곳에 떨어진 계수나무의 달달한 낙엽냄새가 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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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와 이슬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감은 더욱 빠른 느낌이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신체적 재생속도보다 분해속도가 빨라지니 그에 상응하여 받아들이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느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좋으니 빠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후자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극도로 쾌감을 느끼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기때문이다. 그렇다고 극도로 고통스러운 경험도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살다보면 기쁨, 슬픔, 고통 등의 부침은 있게 마련이고 그러한 감정의 요동이란 것도 상대적일 뿐이다.

하여튼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생각일 뿐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빠르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니까 나는 항상 생각의 주체자가 되지 못하나보다. 그러니 내 몸을 가지고 내 마음을 쓰고 사는 ‘나’란 인간은 한순간도 주인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무아(無我):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내몸과 마음도 맘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내것이라고 생각할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나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도 소유하려고하니 우리는 멍청하게 살다가는 똥멍충이일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노래방 포스팅이 간간히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노래방 가는 거 졸라 싫어하고(예전에는 좀 좋아했던 것도 같다) 노래에 감정이입하면서 부르는 암컷 수컷 인간들의 모습을 맨정신으로 보고 공감하기에 좀 거시기하고 닭살이 돋아서 노래방가자고 하면 도망간다. 술퍼마시고 같이 미쳐버려서 감정에 매몰되어 사람들과 문대어서 지내는 것도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이지만, 요즈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멀리 방외지사가 되었나보다. 그래서 인생 뭐하고 즐기냐고 묻는다면 나는 말한다.



취미가 공부라고, 그리고 독서라고요.



내가 답해놓고 나도 좀 거시기하다. 그런데 그런 걸 어쩌라고? 그래서 나는 Outsider인가 보다.


봄여름가을겨울 아웃사이더



그래도 그런 나에게 90년대의 추억은 있다.


딱 그당시 내가 즐겨들었던 한동준 1집


우리 세대에서 한동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뽑는 곡이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너를 사랑해’, ‘사랑의 서약’ 등일 것이다. 이 곡들도 좋아했지만 나는 다른 노래들을 더욱 즐겨 들었다. 사실,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는 노래방가서 항상 부르던 나의 18번이었긴하다. 특히 한동준님의 1집 전곡을 좋아하였다.

그의 공연을 갔었는데 젊은 나이의 몸 관리가 똥망이었던 거 같다. 성대결절 문제로 공연 당일에 노래를 제대로 못 불렀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당시 특A급 가수(이승환, 신승훈 등)빼고는 소극장에서 공연이 많았고 어느정도 가수의 상황을 용인해 주는 문화가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졸라 못 부르더라. 기억나는 것이 김광진의 ‘더 클래식’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음반준비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거 나오면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기억난다. 그 상황에서의 마음을 기억하는 나의 잔머리는 참 우수하다. 한동준님의 목따는 목소리로 안스럽게 노래부른 것도 기억난다. 1집과는 상반되게...


한동준 – 새생활내게

돌아보면 행복했던 날 새 생활 내게 주었던 그대 이젠 모두 사라져 날 슬프게 하네 저빗속을 달려가봐도 지울 수 없는 나의 사랑은 아무 흔적도 없이 떠나가네

대학교 1학년 막 입학하였을 때 성심여대(지금은 카톨릭 대학교로 바뀌었음) 식영과 다니는 2학년 쭉쭉빵빵이 누나를 암컷 이성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감정이 약간 올라왔던 것도 같다. 이거 뭐 거의 30년 가까이 되니까 아주 소름돋는 기억이 아니면 그 기억이 고만고만하고 뽕짝같다. 이 기억이 저건 거 같고 저 기억이 이건 거 같고 긴가민가 아리송하다.

그녀도 한동준을 좋아하여 특히 나랑 코드가 맞았다. 그녀가 신사동 씨네하우스에서 영화와 피자를 사주었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특히 손이 길었다. 자기 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보조석에서 핸들을 휘리릭 돌리면서 이 노래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왜이리 색시하고 멋있어 보이는지 그 다음부터는 손이 긴 여자가 운전할 때 핸들을 휘리릭 돌리면 그녀와 비교하는 디테일한 습관이 생겨버렸다.

나는 한동준님의 씹듯이 노래하는 느낌이 좋았다. 특히 이 노래의 뒷부분, 그의 후렴구와 백코러스가 너무나 좋아서 주구장창 들었다. 이 앨범 노래들의 매력은 뒷부분에 있다. 악을 쓰되 적절하게 절제하면서 부른다. 그리고 한동준님의 백코러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특징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좋아서 즐겨들었던 노래 두곡을 더 골라보았다. 관심이 뜨는 분들은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쓰 특히 뒷부분 쓰미마생~



한동준 - 나의 아픔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리메이크 줄줄이 사탕)



김건모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나는 이 노래를 당구장에서 처음 들었다. ‘뭐다냐?’ 했다. 원곡은 이승철님의 앨범에서 처음 ‘잠도 오지 않는 밤에’라는 곡으로 시작되었고 묻혀버렸나보다. 박광현님이 작사/작곡한 곡이였다고 한다. 그도 이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몰랐다.

앞의 두곡이 건모형의 이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착각될 정도로 뭉개져버린 원곡 노래가 되어버렸다. 나는 건모형의 ‘빨간우산’‘잘못된 만남’보다도 이 노래를 개좋아 한다.

‘핑계’는 그당시 처음 시도한 레게사운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후로 너무나 레게 노래들이 쫙 깔려서 듣기에 질려버렸다.

노래는 나에게 있어서 두 부류이다. 너무 들어서 질려버리는 노래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 핑계는 나에게 핑계될 필요가 없이 전자의 경우이다. 레게 뮤직 하니까 생각나는 노래가 또 있다.


UB40 - Kingston Town


원곡과 리메이크를 순서대로 요기에 요로실go 그리고 IYOU에게 하트 뿅뿅



[Special Clip] IU(아이유)_Sleepless rainy night(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난 알아요 비스무리


90년대 한국 가요의 중심은 서태지였다. 그런데 그의 ‘난 알아요’는 표절이라는 시비가 많았다. 들어보면 긴가민가하다. 아마도 그때의 풍류일 것이다. 스타일이나 춤이 비슷비슷하니 구분하기도 어렵다. 표절이건 아니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 즐겨들었고 좋아했다. 그런데, 난 알아요는 좀 질린다. 예전에 중고딩 암컷들이 그랬다. 그당시 유행이던 낙시모자를 쓰면 내가 서태지를 닮았다고한다. 그런데 동년배 암컷들은 내가 화살코 서경석을 닮았다고 했다.



EMF - Unbelievable (Official Music Video)


짝퉁 & 땜방 불금뮤직


19금인척 불금뮤직/ 느끼honey 끈적honey 촉촉honey Song들
해철과 빌리, 원맨 아카펠라로 인생과 사랑을 읊조리다
꿈에 관하여 썰을 풀다
달을 보며 음악을 맛보다[관월미음(觀月味音)]
특별한 주제 없이 쓰다가 주제가 만들어지는 짝퉁 불금뮤직/ 그래서 사랑, 이별, 그리고 홀로 사는 인생
원곡만큼 아니 원곡보다 Remake-1/ 짝퉁 불금
찬바람이 불면(不眠) 쉬(she) 생각나는 노래
락커의 변신은 무죄
영화 속에서 댄스곡을 리메이크하다
이번에는 Animal Song으로 갑니다
40대 아재들의 추억의 댄스곡 소환 :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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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사로잡히다~!!!

지난 주말 토요일 91세와 83세의 노부부가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악착스럽게 모은 4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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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이벤트 좋았어요 ㅎㅎㅎ맨정신이었다면 올리지 않았겠지만...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원곡자를 포함해서 여러 가수들을 거쳐갔군요. 김건모라는 짝을 잘 만난걸까요 ㅎㅎㅎ'그대 내품에'도 원곡자 유재하를 비롯해 김현식, 이문세가 불렀는데 각기 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아용
서태지는 너무 많이 베낀 것 같지만...그래도 좋습니다. 그래도 여러갈래로 발전 한 것 같아서요.

가을이 깊어가는 금요일 밤입니다.^^

서태지랑 서경석은 갭이 너무 큰데....ㅋㅋㅋㅋㅋㅋ

That's excellent and nice!!

술퍼마시고 같이 미쳐버려서 감정에 매몰되어 사람들과 문대어서 지내는 것도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

 
어찌 이런 명문을..

디클릭 + 보팅으로 응원 드리고 갑니다!

"잠 못 드는 밤에 비는 내리고" 가 아마 김건모 데뷔 곡이었죠? 고등학교 때였나 가물거리는데, 이거 이승철 노래인데 왜 이래? 라고 혼자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2집은 제가 잠깐 동안 공부 때문에 서울 살이를 할 때에 마이마이에 넣고 수백 번도 넘게 들었는데, 지금은 추억이네요. ㅋㅋ

시카고, 스콜피온스 그룹들이 그나마 좀 달콤하고 부드러운 노래들을 가끔 불렀죠. 음악 다방 같은데 가면 시카고 음악은 신청곡도 많이 넣었는데...

그나저나 피터님 수컷 본능은 아직도 넘치는 듯 합니다. 암컷 본능 넘치는 여자 사람 있어야 겠는데요. ^^

"잘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저도 기억이 나네요.
근데 노래방 가는걸 싫어 하신다고요
열라 좋아하시는 줄~~ㅎㅎㅎ
글구
제가 봐도 사진 좋은데요.

덕분에 시카고의 저 음악..
정말 올만에 들었네요ㅎㅎ
오늘도 디클릭!

오늘도 찬란한 추억의 노래들! 아침 부터 쫘악 들었습니다 ㅎㅎ.
Chicago 의 If You Leave Me Now... 또 옛날이 생각나네요.
Milli Vanilli는 링싱크 스캔달로 사라져 버리고..
지금 들으니 난 알아요랑 무척이나 비슷하네요 ㅎㅎ.
아우님 좋은 주말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