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여름 오늘

in zzan4 years ago

1979년 여름 오늘/cjsdns

지금 생각하면 여러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이 알고는 갔나 하는 생각이고 두 번째가 뭔 배짱이었지 싶기도 하다.

정말 그때는 좋았지, 그랬지 하는 생각 속에 되돌아보면 허술해 보이기는 하나 한 편의 동화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살아온 길이 잘 먹고 잘살았다는 내용의 동화는 아니라도 알콩달콩 열심히 살다 보니 행복했대 하는 정도의 동화 같다는 생각은 해도 될것 같다.

진실하게 살려고 했고 열심히 살려고 했고 꿈은 미래에 두었어도 현실에 최선을 다하려 했고 그래야만 나중에 잘 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한수 더 떠서 이왕이면 더욱 부지런히 살자 했으며 그 덕에 하루하루가 고단했어도 행복하였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이었고 세상의 전부라는 생각이었으며 내 삶의 주인공이 되려면 피 터지는 삶이 아니라 동화속 이야기처럼 열심히 살아야 했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순전히 어머니의 덕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삶의 지혜를 주신 분은 어머니이며 내 인생의 가장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이친구 마마보이 아니야 하는 오해를 불러올수 있을지 모르나 그건 전혀 아니다.
그냥 어머니가 아닌 내인생의 큰 스승이란 생각을 늘 하고 산다는 이야기다.

그 영향으로 오늘날도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며 동화 속에서나 상상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의 블록 하나하나가 모두가 그렇게 채워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게 어머니는 나를 한번 낳아 주신 것이 아니라 두 번 낳아 주신 분이다.
나의 첫 번째 출생은 어머니의 몸을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면 두 번째의 출생은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과연 나의 두 번째 출생이 이었을까 싶다.

유난히도 더웠던 1976년 여름 어느날 부모님 앞에 이 사람입니다, 하고 인사를 시킨후 간 군대였다.
그리고 약 34개월 정도 군생활을 했고 전역을 한 후 서둘러 바로 결혼을 했다.
먹고 살 준비가 되어있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살림을 장만할 그런 형편은 아니었으나 그래고 그리 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뭘 하던 밥이야 못 먹고살겠나 하는 생각에 근심 걱정도 없이 그랬던것 같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했고 무조건 달려 달려 하면서 달려온 인생인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용감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용감했던 것은 무식해서 용감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 용감해지는 것이란 생각이며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어머니가 나의 두 번째 출생까지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인데 내가 몇 개월 군생활을 했지 지금은 몇 개월이지 하는 생각으로 검색을 하러 갔다 와서 버벅거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

아니 지금은 군 의무 복무 기간이 2년도 아니고 20개월도 아니고 18개월이라니 왠지 나는 엄청 손해를 본 기분이 갑자기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뭐야 아예 날짜 계산기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계산을 해보니 요즘은 날자로 547일 복무란다.
30일로 나누니 18.23개월로 정말 18개월 목 무인가 보다.

그럼 나는 얼마나 했는데 하고 따져보니 1019일이다.
이걸 월로 계산하기 위해서 30으로 나누어 보니 33.97이 나온다.

헉, 그동안 군 복무 기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보니 아니 이게 뭐지, 우린 군 연금제도에 편입해서 뭔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하튼 그 기간 동안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하여 알콩달콩한 연예가 아니라 노심초사하는 연예를 해오신 것이다.
그 덕에 전역후 바로 결혼을 했고 15341째 날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5341 일이면 몇 년이지 하고 게산을 해보니 42년이다
42년을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그렇게 같이 살았나 싶게 세월이 후딱 지나갔다.

그래서 한수 즉흥적으로 지어봤다.

청산유수 같다던 세월
그런가 했더니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기만 하다.

시위를 떠난 화살
빠르기만 한 줄 알았더니

떨어지는 것도 순간이니
인생도 그러한가

찰나에서 왔다가
찰나로 에 가는 인생

어느 사이
하늘 가까운곳에
흰서리 허옇게 내렸다.

즉흥시를 지어 본다는 것이 42주년을 기념하는 글이 아니라
세월의 무상함만 담아있는 듯하여,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지어 보아야 하리다.

그래서 다시 지어 읊어본다.

함께한 세월
길고 길어

그 세월
뭘 했나 생각하니

난 바늘
당신은 실이었소

솜씨 없는 바느질
타박 없이
실이 되어 따라주니

투박해도 명품이고
곱다 해도 명품이요

이룬 게 있다 하면
실이 되어 함께한
당신의 공이로다

제아무리
잘난 바늘이라 한들
실없으면 실없으리...

그렇다,
아내는 볼품없는 바늘인 나에게 실이 되어 내 뒤를 언제나 휘감이 해주었다.
그 덕에 여태껏 살아온 날들이 동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1979년 여름 오늘 이후 늘 그렇게 해주었다.

그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

감사합니다.

2021/06/10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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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i sahabat steemit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누군가와 40년이 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 하지만 그 안에 기쁨과 즐거움 또한 얼마나 클 것인지..

몇 년만 더 지내시면 금혼식도 하시겠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소원합니다.

행복한 결혼식 날 아빠. 42 년은 짧은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함께 겪은 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항상 건강하고 항상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참 따뜻한 글이에요. 실없는 바늘은 소용없다.. 그 말이 참 좋네요.

좋은 게시물 사랑해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정말 사랑하면 용감해지는거 같습니다.
아직도 가진건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살고 있지요 ^^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하루하루 성의를 다하여 쓰시는 글이 너무 좋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하시니 축하드립니다~

매우 고무적인 인생 이야기. 이것은 제가 인생의 도전을 살아가는 데 더 흥분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공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