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21-24] 해가 지는 곳으로(최진영)

in zzan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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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라는 생뚱맞은 체험중이다.
그토록 쉬고 싶었는데, 막상 집에 있어보니 TV도 집중이 안된다.
이럴 땐 빠르게 전개되는 재미난 소설책이 딱이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빌려다 놨던 책을 들었다. 최진영 작가의 책으로 전에 <당신 곁을 지나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재밌다.
2017년 작품인데, 그녀는 혜안이 있었던 걸까? 코비드 팬데믹 중인 2020년과 2021년의 상황이 소설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앞에 닥칠 재난이 얼마든지 인류 멸망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가상의 소설이 예언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1인칭 시점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상황을 들려준다. 전 지구적으로 퍼진 전염병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며 방화, 약탈, 살인 그리고 그 와중에 권력을 쥐려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을 탈출한 도리, 미소, 지나, 건지, 류, 단, 해민.
도리의 부모는 도리에게 미소를 부탁한다며 세상을 떴다. 엄마는 전염병에, 아빠는 강도들에게. 도리는 동생과 살아남기 위해 중국을 거쳐 무조건 해가 지는 따뜻한 바다를 향해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 만난 지나와 건지 역시 한국을 탈출하여 유럽 쪽을 향하고 있었다. 지나 아버지의 지휘 아래 탑차 두 대에 일가친척을 싣고 피난을 가다가 폐허에 숨어 있던 자매를 지나가 발견한 것이다. 지나가 우겨서 자매가 차에 합류한다.

그러나 도리는 지나 가족에게 경계를 풀지 않았는데 강도에게 습격을 당해 지나의 사촌이 죽던 날 밤, 지나의 친척 남자들은 도리에게 화풀이를 하며 강간했다. 숨기고 있던 칼로 상대를 죽인 도리는 미소를 데리고 숲으로 도망쳤다. 지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으나 지나는 따라 나서질 못했고 가족이 아니었던 건지도 홀로 가는 길을 택한다.

한편 첫 아이를 질병에 잃은 류는 남편 단과 아들 해민을 데리고 러시아 땅까지 천신만고 끝에 오긴 했으나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강도 떼를 만났을 때 도리 덕분에 아들을 살리긴 했으나 자기 차에 타라는 말을 못했다.
그러다 국경지역에서 군인들에게 잡혔는데 그곳에는 이미 지나가 잡혀와 있었다. 여성들은 낮에는 도시 재건을 위한 노동, 밤에는 군인들의 성욕의 도구가 되었다. 말은 필요 없고 총알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곳이었다.
그 때 역시 잡혀온 도리와 미소. 도리와 지나는 두 개의 몸에 하나의 영혼임을 확인한다. 그녀들은 접전이 벌어진 틈을 노려 탈출을 시도 한다. 그런데 류는 남편 단을 찾겠다고 돌아서고 어떤 길에 행운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이야기는 끝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면 류는 아들과 살아 남아 머나먼 나라에 정착을 했고, 벙어리 천사 소녀 미소는 숨이 멎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지나를 사랑했던 건지는 따뜻한 바닷가에 고기잡이가 되었고.

역시나 두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데, 아주 재밌다. 늘 그렇듯이 전쟁을 비롯한 지구적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아이들이 희생되고 그리고 여자들이다. 위기 앞에 잘난 채 하던 이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집중이 안될 때는 이런 소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확 끌어 준다. 지구 문제, 인류의 문제점, 환경 문제 등 읽다 보면 생각의 전환이 될 것 같다.

최진영 / 민음사 / 2017 / 13,000원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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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success go! go! go!

헐~ 어쩌다 자가격리를... 괜찮으신거죠?

음성 나왔는데 열흘 자가격리 대상자라고 나가지 말래요. ㅎㅎ
재택 근무중입니다.

아주 잼있나요?
우리 도잠님한테 재미없는 책은 없는 것 같은디요~ㅎㅎ

가끔 있습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ㅎㅎ

헐!! 정말요?ㅋㅋㅋ

이형 일은 안하고 농땡이 ㅋㅋㅋ

횽은 관리자 되면 안되겠다!

ㅋㅋㅋㅋㅋ 나 관리자 딱인사람임 ㅋㅋㅋㅋㅋㅋ

형, 자발적 관리자 하자!
도잠이 그 회사로 이직하고. 전화 하나는 상냥하게 받을 수 있음. 사장님 사생활 완벽히 지켜줌. 크아, 좋다~~~

나 바지사장 시켜주는거야? 아이구 회장님!!!

책과 흙을 좋아하시는 도잠님~~~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