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밀덕밀덕] 도트사이트, 세월호, 그리고 해경.
Designed By @CarrotCake
흔히들 말하는 안보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안전 보장'입니다. 보수의 가장 큰 아젠다이자 지켜야 할 첫 번째 덕목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렇게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밀리터리 덕후, 밀덕들도 무기체계의 궁극적 목표는 적을 격멸하는 살상병기임을 알고 있습니다.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권을 저버려야 할 때가 있음을 아는 것이고, 그렇기에 제 정신이 박힌 밀리터리 매니아는 오히려 전쟁을 더 두려워하고 무기체계는 준비를 하되 절대 쓰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궁극적인 안보는 달성이 아니라 추구입니다. 군사적 요소 뿐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에 이르는 모든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나가면서 모든 기존에 알려진 위협을 방지하고,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협을 막는 것이 안보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 역시 안보입니다.
그렇기에 타자는 최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재조명한 세월호 사건에서 과연 진짜 안보란 무엇이었는가를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지금의 '안보를 주장하는 정당'이 북한이라는 무장 세력에서 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라는 면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 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져봅니다.
요즘은 배틀그라운드로 더욱 많이 알려졌을 '도트 사이트'가 있습니다. 세월호 뉴스에서 뜬금없이 왜 도트 사이트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 하실 분도 있으실겁니다. 먼저 도트 사이트에 얽힌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때, 기본으로 총기에 달려 있는 가늠쇠인 '아이언 사이트Iron Sight'로 조준을 하면 사람의 시차에 따라, 체격에 따라, 그리고 거리에 따라 조준선을 정렬하고 조준을 하는 과정이 매우 길어지고 조준이 부정확해집니다. 이건 급박한 전시상황에서 패배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이건 어떤 총기를 가지고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굴절률을 적당히 조절해주고 거리를 맞춰줘서 화면에 떠오르는 붉은 점(레드 도트 사이트, Red Dot Sight)만 겨누고 쏘면 되는 광학장비나 혹은 탄착군을 홀로그램으로 표시해주는 홀로그램 사이트 등이 최신 보병의 제식 장비로 하나 둘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코프와 백업 사이트가 붙어있는 럭셔리한 물건도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국방부에서 레드 도트 사이트를 도입하면서 생긴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에 있습니다. 광학장비의 특성 상, 사이트류는 기밀성이 매우 강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는 업체에게 가점을 주려 하는 부정한 목적으로 레드 도트 사이트에 '분해 및 자가정비, 청소' 기능을 넣어야 한다고 평가 담당관이 RFP(제안요청서)에 장난을 쳐놨죠.
많은 장비 제조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한술 더 떠서 국방부는 육모 렌치로 결속할 경우 보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핑계로 드라이버와 나사를 사용해 결속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람이 분해결합할 수 있을 정도로 허약해진 접합 부위는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요? 조금만 비가 와도 습기가 배어 들어와서 결로가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도하 훈련시에는 물이 가한득 새어들어가서 사이트를 도저히 쓸 수 없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불량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비가 사라졌고, 심지어 일부 특전사 부대에서는 사이트를 사비로 구입해서 사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담당관은 그 어떠한 문책도, 불이익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당했죠.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고요.
차라리 그냥 누가 시켰다고 말했으면 더 편했으려나요...?
세월호 구조를 해야 했던 초계기와 구조를 해야 했던 123정장 역시 비슷했습니다.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투명하지 않게 해왔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두 사건은 매우 달라보이지만 생명이 달려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세금이 걸려 있으며, 이해할 수 없는 평가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최순실이라는 비전문가 비선 실세가 들어앉은데다 윤창중을 비롯해 인사 곳곳에서 한계를 보이며 세부적인 정부 장악력이 약했던 박근혜 정부에게 해경을 걷어내고 경찰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딜 제의가 들어온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해경을 거친 사람들의 승진이 너무 빨라 경찰의 기득권을 빼앗아 갈 우려가 있었거든요. 사고는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야 했을 일입니다. 물론 이 사건이 우연인지 필연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 하에서, 이 경찰 시스템 하에서 해경은 최대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만 바꾸고 관련 인사는 무마시켜야 했을 것입니다. 철저한 정무적 판단이자 정치적 판단 하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안보라는, 아니 국민의 생명이라는 대명제를 어긴 것입니다. 대통령 본인이 말한 "우선 순위 재정립"은 철저히 본래의 일보다 정치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돌아갔죠.
우리가 이 나라에서 발을 디디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다양한 요소가 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북한을 막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쪽의 인권을 백날 규탄해봐야, 지금 당장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편서풍 타고 동해바다로 전부 날아갈 삐라를 뿌려봐야 생기는 것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그쪽을 건드리고 싶다면 개성과 선봉이라는 두 축에 거대한 대못을 박아놓고 못 움직이게 '평화라는 족쇄'를 채운 뒤 서서히 조여나가는게 방법이겠지요.
타자도 해병대 출신이지만 이런거 보면 쪽팔립니다
우선순위를 잃은 채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 이 사회를 휘감고 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하며 언론의 본질인 '바른 말'이 아닌, 광고주들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타자는 결국 이 모든 것은 투명성의 결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판단 기준을 정해야 할 사람들이 투명한 판단 과정과 기준을 만들어 내지 않았고, 그 판단을 할 사람들은 판단을 평가하고 비판하지 못했으며, 그 판단 과정은 매우 투명하지 못하고 헛점과 빈틈 투성이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저는 이 땅을 살아가는, 세월호의 아픔을 겪었고, 군대에서 고생했으며, 수많은 국가의 그른 판단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안보는 어떻게 지켜야 합니까? 아니, 정확히 말해서 보다 옳은 방향으로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합니까? 현 시점에서 총구 에너지 1J도 안되는 장난감 BB탄 총 들고 국가를 전복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냥 동물원에 전시해놓고 비웃어주면 될 일입니다. 그걸 굳이 내란음모니, 종북이니 간첩이니 하면서 - 심지어 조작까지 하면서 - 국민들을 반으로 쪼개는 것이, 과연 진짜 보수가 할 일일까요?
유난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습니다. 타자의 마음도 심란해 집니다. 좋은 밤 되세요.
Copyrights 2018. @noctisk, All rights reserved.
본 게시물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됩니다.
noctisk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방산비리는 척결하고, 북한과의 관계는 최대한 평화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 동의합니다.
언론이 '광고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슬픈 현실이지요...
하지만 세월호와 해경같은 음모론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부분은 약간 위험한 발언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안보가 무장세력으로부터, 혹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으로서 내부적인 안보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으나, 이를 배척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이해하며, 합일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분단의 아픔은 한번으로도 과합니다. 쪼개진 나라 안에서 또 조각 조각이 나진 않기를..
총알이 관통하는 방탄조끼, 몇 십만 원짜리 USB 등등 불투명하고 썩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요. 해병대··· noctisk님 글에서 해병대에 ‘해’자도 연상한 일이 없는데요. 또다른 면모를 봅니다. :-)
방산비리는 제가 봐도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왜 항상 내부에서부터 무너져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느낌일까요?
긴 글에서 정말 강렬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매카시즘이 안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갖고왔는지 안타깝고 두렵습니다. 물론 아직 전쟁 중 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보를 갖추는데 노력을 해야겠죠. 하지만 매카시즘을 활용하여 시민을 안보의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될것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분들 생각하면 하..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써
아직도 그날 아침 티비를 보다가 흘린 눈물을 잊지 못합니다.. 그 이후에도 그러면 안됐던거였는데
마지막 글에 저도 목소리를, 정말 크게 같이 내고 싶군요
잘 읽고 갑니다. ‘타자’는 백화선생님을 지칭하는 말이겠죠? 안보는 달성이 아니라 추구라는 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그나저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권위에 대한 자발적 순종, 이에 기생하는 사회 구조, 그것을 강화하는 성과지상주의,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시민들. 이를 답습하는 교육 시장. ... 도저히 풀 수 없게 꽉 얽힌 쇠사슬이 답답해지는 밤입니다.
진짜 주먹구구 식으로 나랏일하는 것들, 주먹으로 아흔아홉대를 때리고 싶네요.
방산비리는 "국가반역죄"에 준하게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그런 일이 피치 못하게 벌어졌을때 방산비리로 안해서 겪게 될 일은 상상하기도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