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내가 그린 제주

in #kr6 years ago

내가 그린 제주 @jjy

예전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제주도가 부산 바로 밑에 있었다.
그 때만해도 여행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이었는데 제주도에
다녀 온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간다고 했다.

사회책에 나온 지도를 몇 번을 들여다보아도 제주도는 분명히
부산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지도를 그릴 때도
그렇게 그렸다. 책에서 본 그대로

지도책에 우리나라 전도를 인쇄하는데 한 장에 다 넣을 수가 없어
종이를 줄이기 위해 제주도를 부산 밑으로 옮겨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그려넣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님-

어린 마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주도가 부산하고 가까운데 무엇 때문에 목포까지 가서 일부러
멀리 가면서 배 멀미로 고생을 했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그 이유를 이해하기에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가난한 나라인지 알게 해 주는 일이었다.
지금은 모든 게 부족함이 없던 시대를 맞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도시락을 못 싸오는 친구가 있었다.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 어린
동생 업고 일하는 엄마에게 젖 먹이러 가기 위해 한 두 시간 끝나면
없어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느 날 결석한 친구 집으로 찾아가서 이름을 부르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찾아가면 어두침침한
부뚜막에 올라 앉아 동생들에게 먹일 밥을 푸고 있었다.

겨울이 오고 졸업식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던 친구는 잘 사는 친척집
애 보기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게 눈칫밥으로 잔뼈가 굵어지며
동생 운동화를 사주고 중학교 교복을 해 입히며 살림밑천이라고 하던
이름값을 하며 살았다. 내 마음에 제주는 그런 누나 같은 곳이었다.

나중에 한 페이지에 제주도까지 제 위치에 다 들어가는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서 우리 국토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나도 지도를
그릴 때면 제주를 제 위치에 그리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 연세를 넘긴 나이에 자식들 모인 자리에 부모님
고희연에 찍은 가족사진을 보며 옛말하는 착한 딸 같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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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와 두번째 지도의 모습이 저에게도 익숙해요.
사회과부도에 저렇게 나와있던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저도 어릴 땐 부산이랑 제주도가 가까운 줄 알았어요.
불과 몇 년 전이네요.
그 시절이..

디디엘엘님도 저런 지도를 본 적이 있으시다니
은근 연세가 드셨네요. ㅎㅎ

공간절약을 위한 꼼수 정도로 봐야할까요? ㅎㅎㅎ
어릴쩍 지도의 공간왜곡으로 경남지역이랑 제주도가 가까운줄 알았지만
실제거리는 거의 부산 서울거리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죠.


오랜만에 생존신고합니다.
그동안 새 쇼핑몰 준비하느라 한달동안 스티밋을 못했네요 ㅠ

꼼수라고 하시니
어쩐지 속았다는 느낌이

쇼핑몰 잘 되시길 바랍니다.
주소도 링크해 주세요.

http://ljk801.godomall.com/
요기입니다.^^
천천히 둘러보세요^^

비슷한 생각을 했었군요. 아마 같은 시대를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도는 아픔을 속으로만 여미고 살아 온 애처로운 자식같은 곳........

루카님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이렇게 생각이 닮은 사람도 만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