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모두가 행복한 유월이 되기를 기원하며
눈을 뜨니 어느새 유월의 첫날이다.
달력의 허리를 짚어 들며 올 한 해도 벌써 반을 정리하는 시점에 와있구나 싶어 짐짓 놀라게 된다.
야속한 세월을 도대체 누가 이리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지 모르겠다.
어느 누가 이토록 식성이 좋은지 알 길은 없으나, 세월은 순식간에 삭제된다는 ‘순삭’이라는 유행어가
결코 남의 말이 아님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아침이다.
유월은 내게 특별한 달이기도 하다.
바로 결혼기념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문득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참 모든 것이 눈부시고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는 까마득하게 아득해진 그날들은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저편에 머물고 있다.
만약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봄날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그 시절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계절은 늘 봄에만 머물러 주지 않았다.
이삼 년 전부터 삶의 무게가 참 무거워지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는 내 평생 가장 시린 계절이었다.
봄에는 아버님이, 그리고 채 슬픔이 가시기도 전인 가을에는 어머니가 차례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부모를 여읜 슬픔에는 나이가 없는 거 같다.
백발이 성성해도 부모를 잃으면 졸지에 고아가 된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과 기분이 찾아온다
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젠 더는 뵐 수도, 따뜻한 밥 한 끼 모실 수도 없는 부모님이시다.
그 사실을 가만히 곱씹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 마음이 너무나 허했다.
이 깊은 허함과 슬픔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몸도 마음도 큰 병이 될 것만 같아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올 초,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세상을 향해 다시 걸어 나가고자 설악에 애터미센터를 개설했다.
슬픔에 매몰되는 대신 무언가에 몰두하며 삶의 온기를 채워 가겠다는 나만의 다짐이자 처방전이었다.
정신없이 센터 일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올 한 해의 반을 접는 유월에 당도해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빠른 세월 앞에서 허망함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바쁜 시간 덕분에
슬픔의 가시가 조금은 무뎌졌나 싶기도 하다.
가 버린 봄날을 그리워하기보다, 남은 올해의 절반을 센터에서 만날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또 다른 의미로 채워 가려한다.
부모님이 하늘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실 수 있도록, 힘을 내어 유월의 첫걸음을 내디뎌 본다.
유월!
유월이다!
주변 분들은 물론 스티미언 모두가 행복한 유월이 되기를 기원하며...
2026/06/0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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