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줄 모르게 간다.

in #steem1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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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이미 알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늙어가는 것을 나보다 남이 먼저 알아챈다.
정작 나는 모른 체하고 싶을 뿐이다.

어제저녁 운동장에서 오랜만에 후배 에지인을 만났다.
늘 활기차고 당당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주한 그의 모습은 몰라보게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마른 얼굴과 무거운 걸음걸이를 보는 순간 가슴에 커다란 충격이 일었다.

그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거울 속 내 모습을 대입해 보았다.
타인의 쇠락에서 나의 노화를 마주하는 순간은 잔인하리만큼 명확하다.
그의 꺾인 기운이 곧 내가 먹은 나이의 무게처럼 다가와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늙어감을 부인하며 산다.
거울 속 주름은 익숙한 탓에 괜찮아하는 다독임과 조명 탓으로 돌리고 둔해진 관절은 어쩌다 생긴 근육통이라며 안티프라민으로 마사지하며 달랜다.
하지만 매일 만나는 내 육체의 변화에는 눈을 감아도 오랜만에 마주한 타인의 변화는 숨길 수가 없다.
내가 나를 모른 척 속이는 동안에도 세월은 남의 눈을 빌려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후배의 안타까운 모습에서 내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마주해야 할 시간의 무게를 동시에 실감한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안의 나이를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이제는 내편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된다.

어제 오후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시간이 이젠 우리 편이 아니란 걸 강조했는데 그마저도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있다.
이야기를 하는 이유 본인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것이 안타 깝다는데 세월이 마냥 기다려 주지 않으니
이젠 정말 결단을 내려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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