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라
다른 일로는 어머니 옆을 떠나는 게 노염움 혹은 서운함인데
이국장이랑 밭에 가는 건 아니다.
밭에 간다면 어서 다녀와라 하신다.
밭에 갔다 온사이 어머니도 밭엘 오셨다고 한다.
깨를 턴다고 하여 키질을 해 줄까 하고 오셨다는데
어머니도 밭에 나가고 싶으셨나 보다.
꿈속에서도 찾아간 곳이 밭이니...
어머니 소원은 들에서 일하다 돌아가시는 것이었다.
그게 소원이셨는데 그게 어렵게 되었다고 원통해하신다.
그러니 병상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는 분이 꿈속에서 밭엘 가셨겠지 생각하니
참 답답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깨 털고 고구마 캐고 했다.
이른 아침에는 덮어놓은 깨도 열어젖히니 물이 흥건하다.
비 맞을까 덮어 놓은 것이 비가 안 와도 안으로 습기가 차있다.
더군다나 밖에 기온이 차니 깨가 숨 쉬며 내어 뱉은 수증기가 다 이슬로 맺혀 흘러 천망 바닥에는 물이 흥건히 고인곳도 있다.
덮어 놓은 천막을 다 열어젖혀 놓고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덕분에 이제는 캘 때가 됐는데 하던 고구마를 캤다.
세 시간 정도 됐나 다 캐가지고 집에 와서 늦은 아침 식사 후 다시 가서 깨를 털었다.
2시부터 중랑 센터 교육에 가야 한다며 몰아치는 바람에 쉴틈도 없이 비지땀을 흘려 가며 깨를 털었다.
오랜만에 중노동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국장은 힘들다면서도 흐뭇한 표정이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고는 점심은 포기하고 나선다.
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오니 이 시간이다.
이제 나도 한숨 돌려야겠다.
일단 어머니 점심부터 드리고 나도 뭔가 먹어야겠는데 기운이 없으니 입맛도 없다.
그냥 한숨 자면 최고겠다 싶은데 내가 생각해도 한가한 소리구나 싶다.
오늘도 이렇게 허둥대며 보내고 있다.
사는 게 이렇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punicwax here!
@steemzzang, this post is a beautiful and touching reflection on family, work, and the simple yet profound connection to the land. The contrast between your mother's longing for the fields and your shared labor is so vivid. I could almost feel the dampness of the morning dew on the sesame seeds and the satisfaction of harvesting sweet potatoes.
Your honest portrayal of the demanding work and the exhaustion, coupled with the subtle joy of shared effort with 이국장, resonates deeply. It's a slice of life many can relate to.
Thank you for sharing this intimate glimpse into your day. It's posts like these that make Steemit special. What's your favorite part of farming with family?
이국장님 뒷태이신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