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7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는 새벽에 접어들염서 멎고 날이 샜다고 부산을 떠는 계명(鷄鳴)에 따라 비안개를 헤치며 마을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비 어미 잃은 채 죄인 자식이라는 낙인을 안고 북향 비탈의 박토(薄土) 같은 형제의 앞날을 생각하면 명당 자리가 뭐 말라비틀어진 거냐 싶었을 것이다.
하관을 하고 흙무덤을 지었을 때 앙상하게 여위고 키만 큰 소나무 가지 사이로 햇빛이 겨우 조금 기어들어왔다. 일이 다 끝날 때까지 아이 둘은 한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추위에 얼굴은 먹빛이었고 언 손을 게다리 같이 꾸부정 했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10장, 살인자의 아들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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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 안녕하세요!
토지에 대한 감상, 정말 깊이가 느껴집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가 씨실과 날실처럼 삶을 엮어낸다는 표현이 와닿네요. 특히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는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인용해주신 부분, 비안개를 헤치고 드러나는 마을 풍경, 죄인 자식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형제의 모습, 햇빛조차 겨우 스며드는 묘사... 정말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들이라는 표현이 딱 맞네요.
저도 토지를 다시 한번 정독하며 작가님의 통찰력을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zzan문학상공모에도 참여하실 계획이신가요?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