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겨울은 언제나 속을 알 수 없었다
이번 겨울은 좀 다를 거라고 했지만
표정을 읽어낼 길이 없었다
늦은 첫눈이 폭설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고
기개를 잃지 않은 선비처럼 꼿꼿한 그림자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부들이
씨주머니를 열던 날에도
눈송이가 홀씨들의 앞길을 막고나섰다
가난이 쌓인 지붕에서
낙숫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비둘기들이
서로의 눈물을 쪼아먹으며 혀를 적시는 순간에도
입춘이 멀지 않았다는 말을 전했을 뿐이었다
다만, 늙은 호박 같은 햇발이
채 마르지도 않은 운동화를 신어보더니
벗을 생각이 없는 얼굴이다
겨울기행/ 곽재구
춥고 서먹한 겨울이었다.
정미소 추녀 끝에 햇살을 쪼아대던
참새떼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나무들의 언 손이 들녘의 한기를 부비는 식전
사격장을 향하는 우리들의 머리 위로
죽은 새들의 울음만 송이송이 흩어졌다
겨울 문틈으로 고드름만 간간이 떨어질 뿐
온수 한잔 어디서 마실 틈이 없었다
고향에서는 편지가 끊긴 지 오래였다
쇠죽 끓이는 가마 곁에서
산유화가 제일 좋다던 조카
공민학교 이학년에 편입한 그 녀석은
헌 시집처럼 눈물이 잦곤 했다
끝까지 시 공부를 할래 물으면
늘 부끄럽고 겸연쩍어하던 녀석
그 녀석도 이젠 다 커
읍내 박씨네 자전차포 점원이 되었다
춥고 서먹한 겨울이었다
사격장을 향하는 우리들의 머리 위로
죽은 새들의 울음만 송이송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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