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87.

in #steemzzang7 days ago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겨울의 강물은 추위에 거칠어진 사람의 살갗 비슷하다. 잘게 이는 물결은 돋아난 소름같이, 그리고 떨고 있는 듯 보였다.

한 손에 빈 망태를 들고 느릿느릿 걷기 시작한다. 월선이도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무작정, 그러나 그들은 마치 한줄기 운명의 줄을 따라가듯이 용이는 앞서가고 월선이는 사나이의 넒은 등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것이다.

장터의 소음이 물결같이 멀어져갔다. 듬성듬성 잡목이 있는 곳이었다. 가랑잎이 군데군데 뒹굴고 있었다. 겨울의 햇빛은 살얼음 같이 가냘픈 것이기는 했으나 나뭇잎을 다 떨어낸 밋밋한 잡목은 햇볕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5장, 버선등에 기는 햇살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연기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6nsjyh-3-zzan-zzan-prize-for-literature)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