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코로나19팬데믹 앞에서
뱀보다 싫어하는 백신 접종을 했다
가볍게 지나간다는 백신은
나를 가볍게 지나가지 않았다
진통제도 잡지 못하는 통증은
나를 연체동물로 만들고 있었다
며칠을 밤낮을 모르게 앓고
발끝으로 신발을 꿰려는데
신발은 나를 너무나 가볍게 지나간다
연체동물에게 신발이 필요없다지만
발을 얻지 못한 신발도
한동안 운신을 못했다
결국 갑갑증이 난 신발코가
발가락을 덥썩 물었다
깍지를 빠져나온 진통제는
서랍귀퉁이에 눌러앉을 참이다
진통제/ 조경숙
저것은
뇌의 서랍에 쌓인 불안을 비운다는 말,
삐걱거리는 서랍을 잘 닫는다는 말,
우로, 좌로 넘치는 불안을 붙잡고
한바탕 벌이는 게임
한 알, 두 알, 세 알, 서서히 불어나는 불안을
밖으로 밀어내려고 필사적이다
언제부턴가
겹겹 쌓인 불통의 시간, 그동안 몸의 말을 흘려들은 대가로
한 올의 통증마저 읽고 또 읽는다
뇌의 서랍은 깊고 통증은 치밀하다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 추억을 재편집하듯
의존도는 수위를 높인다
구체화된 인스턴트 알약 한 알의 헌신에 가끔
생각이 가지런해진다
곱게 빗질한 통증,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얼굴로 돌변한다
알약 한 알을 더 집어넣는 순간
탁, 서랍이 닫히는 소리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그 시기가 벌써 까마득 합니다.
우린 너무 많은 격랑속에 사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