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6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옷은 갈갈이 찢어지고 어디서 우떻기 맞았길래, 하룻밤 하루낮을 송장겉이 자빠져서 죽었는가 싶어서 콧가에다가 손을 몇 분 대봤다고.
말이 많소, 허기 들게. 보릿고개를 자알 넘긴 푼수구먼.
이건 끝이 없는 쳇바퀴요, 나는 한 마리의 개미 아니겠소? 아무것도 없는, 가도 가도 꼭같은 길이요, 길이 있을 뿐이오. 여보, 세상 어디에 가도 진달래 꽃잎 따서 화전 부쳐주겠다던 당신은 없구려.
-토지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13장 산놈으로 태어나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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