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7.

in #steemzzang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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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간밤에 차가운 비 한줄기가 내리더니 잡목숲의 빛은 눈에 스미도록 화려했다. 산비둘기 우는 소리, 이제 재앙은 멀리 갔다는 얘길까. 겨울 한동안의 안식을 읊조리는 걸까.

마음이 놓여서였던지 며느리를 본 후 김훈장은 며칠을 앓고 난 뒤 그의 머리카락과 수염은 더욱더 희어졌다.

가통은 잇는다는 집념과 정열의 성취를 본 지금, 이제 그 정열과 집념은 갈 곳이 없다. 갈 곳이 없다기보다 정열은 차디찬 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흐뭇해하고 만족해하는 마음 한구석에는 말할 수 없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있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6장, 정이 지나쳐도 미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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