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0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풀발이 선 굵은 모시올 중치막이 서걱서걱 소리를 내고 꼬질꼬질 낡은 갓끈이 조금씩 흔들린다.
반쯤 열려 있는 판자 삽짝을 떠밀며 용이 마당에 들어섰다. 암갈색 암수탉 두 마리가 붉은 벼슬을 흔들며 울타리 곁의 배추밭에서 배추를 쪼아먹고 있었다.
월선이 돌아왔을 적에 수줍고 염치 바르고 도덕심이 굳었던 삼십의 사나이는 그러나 보송보송 핀 노랑 꽃이파리에 나풀거리던 나비는 될 수 없었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2장, 꽃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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