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읍내 객줏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모처럼 집에 돌아와서 논을 갈던 따줄이 빌려온 영팔이네 소를 논 한 가운데 내팽개쳐놓고 마을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간다.
담배 연기에 절은 사랑에서 장죽을 물고 꾀죄죄한 버선등을 슬슬 쓸며 곧잘 최참판댁 얘기를 꺼내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우관의 얼굴에는 갑자기 잔주름이 모여들었다. 허공 같이 깊어진 눈을 들어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방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음 다시 김훈장의 입모습을 막연하게 지켜본다. ‘무량한지고, 나무관세음보살’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1장, 우관(牛觀)의 하산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