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20.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오뉴월 뙤약볕에 끌밭을 맸으믄 맸지, 촌에서는 어디 기집이 장출입이나 하는가? 그런데 이 꼴이 뭣꼬?’
내가 쇠전 한푼이라도 손을 댔다믄 앉고 일어서질 못할 기요! 그라고도 내 손이 온전하까! 손가락이 옹글어져서 문둥이가 될 기요!
고지는 타고 개기는 설 일이제. 보선목이라 뒤집어 보이까? 심심하믄 죄 없는 사람 불러다놓고 둥개둥이를 치니 정말 이자는 나도 못 살겄소. 그렇기 못 보겄거든 고만 비상을 믹이서 직이부리소.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1장 화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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