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해진 짚세기 사이로 꿰어져 나온 뒤꿈치 발바닥이 가지런히, 안개가 걷혀가고 있는 연옥색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름조차 기억하기 싫은 북쪽 끄트머리 어느 깊은 골짜기에 별당아씨를 ㄹ묻었던 그날 밤의 달이, 얼음조각같이 싸늘해 보이는 달이.
“백성들이란 믿을 게 못 되네. 동학군이 왝군들 신무기에 무너졌다고들 하지만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바지저고리였겠나? 왜군들 신무기 앞에 육신보다 마음들이 먼저 무너졌던 게야.”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0장 왕시(往時)의 동학 장수(東學將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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