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0.

in #steemzzang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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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아무리 팔자를 잘 고쳐도 여자는 한 가장 밑에서 머리키락 파뿌리 되도록 팔자치레하고 살아야, 그래야 사람 축에 드니께, 누구누구 해싸아도 이 동네서는 두만네 성님겉이 팔자 좋은 사람은 없일기구마.”

바쁜 계절이 가고 다람쥐가 먹이를 저장한 굴속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것처럼 제가끔 자기 오두막에 들앉았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식구를 잃은 슬픔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었다.

이미 마을 사람들 눈에는 거대한 땅의 주인인 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마을을 돌아보며 다니는 조준구의 모습만이 크게 비친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9장, 여론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연기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6nsjyh-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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