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9 hours ago

꽃비가 내릴 때만해도 몰랐다
연둣빛 이파리들끼리 숨을 할딱거리며
바다빛으로 출렁이는 날이 오기 전에
먼저 볕을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을

볕이 불화살이 되어 잎맥을 겨누는 날이
뜬소문보다 빠르게 닥쳐올거라는 말을
누구 하나 귀띔도 해주지 않았다

땡볕 아래서도 파르스름한 얼굴로
고개 한 번 숙이지 않는 수레국화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풀로 태어나 나무로 죽어야 하는 댑싸리들이
펄펄 끓는 마당귀에 모여
실팍한 그림자를 골라
뼈대를 세울 공론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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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大暑)/ 정민기

열차는 봄꽃 피었던 한철 다 지나갔다
졸다 미처 환승하지 못하고 더위 부려놓은
여름철에 간신히 지친 몸을 내린다
새파랗게 젊은 시절 온데간데없고
쉰내에 파리만 들끓는 시간 우글거린다
잠시 기절한 생각 매미 소리에 깬다
수줍게 다가오는 배롱나무 아가씨
분홍빛 치맛자락 나풀거려 눈부시다
대서의 하늘 흐르며 구름은 그늘을 만든다
기승을 부리는 폭염에 비처럼 흐르는 땀
타오르는 촛불처럼 일렁거리는 눈빛
해는 핏기 없는 얼굴로 더위를 게워놓고 있다
계곡이 넌지시 건네는 경쾌한 물소리
차갑게 횡단보도 건반을 두드리는 것 같다
지친 새 나뭇가지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린다
벽에 기댈 힘도 없다고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어둠에 둘러싸인 밤처럼 온몸 땀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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