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막차를 기다리는 밤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추웠다
어둠이 옷자락을 들추고 손을 들이밀었다
옆에서 아이들을 달래던
젊은 아기 엄마가
막차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이보다 먼저 눈물을 떨군다
택시비를 반반씩 내고 같이 타고 가자는 말에
여자의 얼굴에 조명이 들어온다
다섯 살박이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택시비를 내면서 할머니랑 가자고
아이의 따뜻한 입술을 품는다
막차의 손잡이를 바라보며/ 유하
겨울 늦은 밤, 텅텅 빈
17번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여럿 딸린 동그란 입의 식구들과
하루의 이야기들을 딸그락거리며
죽하니 가로로 서 있는
버스 손잡이를 언제나 그렇듯
무심코 바라보았습니다
온갖 삶의 부스러기, 버려진 입김들이
차창의 성에로 번져 가는 어둠의 버스 안
그 생명 없는 버스 손잡이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시큰 허리가 아파 왔습니다
오만 잡동사니들의 억센 손아귀에
온 삭신 다 내주고도
묵묵히 딸린 동그란 식구들을
딸그락 딸그락 어르면서
삶의 종점으로 저물어 돌아가는 버스 손잡이
난 얼마나 삶의 까탈 부리며 살아왔던가요
버스 손잡이 같은 사람들이
버텨 주는 한세상
흔들거리는 이 땅에서 여태껏
난 그 누구의 손잡이도 되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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