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둑길에는 나뭇단을 짊어진 나무꾼이 바람에 쫓기듯 가고 있다. 복이는 바람을 거슬러서 마을길을 걸어올라간다. 뛰어가는 아이들의 땅을 구르는 딱딱한 발 소리는 벌서 겨울의 울림으르 가지고 있다.
일에는 반드시 근원이 있는 법인데 마치 강물의 근원이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것처럼 강물을 이루는 것을 골짜기의 작은 물줄기 아니겠소?
“그래, 상투자르고 양복만 입으면 빼앗긴 우리 권리를 다 찾을 수 있다 그 말씀이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7장, 어리석은 반골(反骨)과 사악한 이성(理性)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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