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날이 희뿌옇게 새는 것을 보고 그는 친정을 떠났다. 집에 가가워올수록 뛰다시피, 습기를 머금고 맨들맨들한 논둑길은 미끄러웠다. 억새풀이 발목에 감겨들곤 한다.
‘세상에 별놈의 죽음이 다 있지마는 굶어죽는 것같이 애참하까. 농사를 지어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사꾼이 더 많이 굶어죽는다. 와 그럴꼬? 풀 한 패기 뽑아본 이이 없는 놈들이사 어디 굶어 죽든가? 와 그러꼬?’
무심한 아이의 어굴이 예쁜 것처럼 햇볕을 못 본 얼굴은 희었고 가느다란 핏줄이 돋아난 두 볼이 불그레할 때도 있어서 전보다 앳되게 보이기도 했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4장, 산송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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