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코가 맵사하게 아린 겨울날
가난한 사람을 위해
하늘이 잿빛 이불을 펼친다
조금이라도 푸근하게 살라고
이번에는 두텁게 하얀 솜으로 덮어준다
아직 매달려 있는 까치밥에도
대가족의 가족사진처럼 서있는
장독대에도 눈이 덮인다
화로 위에선
들기름 한 방울 떨군 김치가
뭉근하게 익는 냄새가
문풍지 사이를 빠져나와
강아지 발자국을 따라 간다
12월의 시/ 최연홍
12월의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에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에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 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 후에 함박눈 애린느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끓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엔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Great post! Featured in the hot section by @punicw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