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8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뜨락에서 싸락눈 같이 떨어진 감꽃을 줍고 있는 어린 아들 형제의 모습도 아니었다. 외줄기 가늘디 가는 황톳길에 흙먼지를 날리며 가난한 등짐장수가 지나가던 땅, 척박한 포전(圃田)을 쪼는 농민들이 살고 있는 그 당덩어리가 가지는 의미였던 것이다.
배고프면 아반이라고 월장 아니 하겠소? 하기는 청포 사려! 하고 상놐이 외치면 내 소금도 하는 게 양반이지. 사려! 소리가 하기 싫어서 말이오.
사기장수를 따라간 부인을 찾아서 방방곡곡을 떠로아다녔다는 어떤 재상의 고사(古事)와 비슷한 그런 연유로 하여 페포파립의 이 꼴로서 객리로 떠도는 처지요.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7장, 주막에서 만난 늙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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