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00.

in #steemzzang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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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들을 신비스런 자연 그 일부로 간주하고 영혼 깊은 곳은 무종교 무신앙의 자연 그 자체였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종교적인 편견이 있을 수 없고 종교적 싸움의 유혈이 있을 수 없고 종교를 방어할 무기가 있을 수 없다.

이끼 낀 돌담 곁에 의관을 차려입고 유유히 팔자걸음으로 가던 선비의 풍도는 가고 쩔렁거리는 샤벨 소리와 흙먼지 일으키며 군화 소리가 오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찾게 된 후일 사가(史家)는 이 시대의 승리를 영광의 승리라 하지 않을 것이다. 패배를 치욕의 패배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9장, 주석(酒席) 풍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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