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99.

in #steemzzang5 days ago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바람할만네의 물때를 가두기에는 이른 철이었다. 향목(香木)은 가무죽죽하게 언(凍) 빛에서 아직 풀려자니 못하고 쌀랑한 늦겨울, 바람 부는 날씨는 계속 되었다. *

어디서 전쟁을 하기는 하는 모양이지만 근동으로 난리가 쳐들어온다는 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농부들은 저도 모르게 철에 쫓겨서 들일에 파묻혀들어 갔다.

점심때가 지나고 중참때도 지났는데 해는 아직 많이 남아서 행앙뜰에는 뜨거운 여름 햇볕이 뛰어 고있었다. 처마의 그늘이 겨우 우물 쪽으로 다가서려 한다.

-토지 제4편 역병과 흉년 18장, 당랑거철(螳螂拒轍) 격이라 하더니 중에서-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