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 여행지에서 생긴 일] 여행을 추억하다 #4-6. [오만] 이제는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다.

와디삽에서 이후의 이정은 와디 알 아르베인에 들른 후 무스카트로 돌아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부다비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때문에 와디 알 아르베인에 가는 길에 내내 고민한 것은, 첫날 먹은 맛집 Begum에 다시 갈 것인가, 아니면 무스카트의 명물인 상어 카레를 맛보러 다른 곳에 갈 것인가였다.
국도에서 빠져나와 와디 알 아르베인으로 향하는 길은 이전 목적지와 조금 달랐다. 유명한 관광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프로드였던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데로 자갈길과 급경사를 반복하고, 몇 번의 개울을 건넜는데, 개울을 건널 때마다 차창 밖으로 물이 튀는 것은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비게이션이 자신의 위치를 잃고 말았다. 황당했지만, 우리에겐 아직 구글맵이 남아있었기에 구글맵의 지시에 따라 와디 알 아르베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디 바니 칼리드와 와디 삽에 다녀온 후 도착한 와디 알 아르베인이어서였을까? 무스카트 트립 어드바이저 추천 관광지 4위였던 이곳이지만, 영 물에 뛰어들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대신 이곳에 도착하기까지의 풍경이 멋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우리는 무스카트를 조금 더 즐기려는 마음으로 서둘러 이곳을 떠났다.
무스카트는 와디삽과 다른 방향에 있었기에 구글맵이 일러주는 대로 새로운 길로 들어섰고, 운전을 하는 중 몇 번의 갈림길이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당황스러운 지점이 나왔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길 보다 더욱 심한 오프로드 같은데, 구글맵에서는 이 길로 쭉 나갈 것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위치를 못 잡고 있었고, 구글맵이 알려주는 길은 단지 이 길 하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려서 대충 길을 확인했을 때는 자갈길만 있는 것 같아 결국 우리는 구글 신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곳에 구글 신은 없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덜컹덜컹 내려간 경사길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큰 돌부리와 작은 나무가 몇 그루 있어 차 밑바닥이 긁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앞을 보아도 계속되는 자갈길에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우리는 급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짧은 길이의 경사길임에도 큰 돌부리와 나무 때문이었을까? 차는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바퀴가 타는 냄새와 함께 겨우 원래 있던 흙길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타는 냄새가 이상했던 우리는 조금 더 차를 끌고 나와 어느 건물 앞 평지에 주차한 후 차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범퍼는 다 떨어졌고, 차체의 바닥도 움푹 들어갔으며, 바퀴 하나가 터진 것을 발견했다. 급히 트렁크를 열어 스페어타이어를 찾았는데, 다행히 스페어타이어는 있었지만, 타이어를 갈아끼울 수 있는 도구는 그 어느 것도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마을까지 걸어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우리에겐 식량도 물도 없었고,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 또한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가끔 Edge망에 연결될 뿐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이 된다 한 들, 대체 어디에 연락해야할지도 막막했다.
그렇게 한참을 발만 동동거리던 중, 갑자기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우리는 힘껏 팔을 휘저으며 도움을 요청했고, 차에서 내린 현지인 두 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중 한 분은 아예 영어를 하지 못했고, 다른 한 분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기에,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자신의 차에서 잭을 비롯한 몇몇 도구를 꺼내왔다. 그 이후 잭으로 차체를 들어오는 것은 성공했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우리 차에 사용된 너트와 그분이 가지고 계신 스패너의 크기가 달랐던 것이었다.
어쩔 줄 모르는 우리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이것저것 해보셨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던 중 또 한 대의 차가 다가왔는데 그 차주와 우리를 도와주시던 분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 결국 그 차에서 우리 차에 맞는 스패너를 찾아낸 다음에서야 바퀴를 갈아 끼울 수 있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뺏은 것이 미안해 가지고 있던 돈을 다 꺼내 드렸지만, "슈크란(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돈은 거절하셨다. 또한 혹시 다음에 이곳 마을에 놀러 오게 된다면 집에 초대하겠다고 하시며 "쌀람"이라는 이름을 알려주셨다.
이제부터 막막했던 것은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가냐는 문제였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쌀람 아저씨가 다시 쿠리얏으로 갈 예정이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은 방학이라 아무도 없던 학교였고, 우리를 도와주신 다른 분이 이 학교의 선생님이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잠시 들렸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그분의 차를 뒤따라 험난했던 와디 알 아르베인을 탈출했다.
예쁘게 포장된 도로를 만났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그리고 도로의 어느 갈림길에서 쌀람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그렇게 쌀람 아저씨와 헤어지고 나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Rentalcars.com에서 보험을 Full Protection으로 들어 놓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몰라 열심히 약관을 읽던 중, 경찰로부터의 리포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는 저녁 따위는 이미 안중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디서 경찰을 만나야 할지부터 막막했던 우리는 차를 빌렸던 공항으로 향했고, 렌터카 직원분께 사고가 났으며, 폴리스 리포트를 받으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냐는 등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우리의 보험 약관을 확인 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너네 풀 프로텍션이라 문제없어. 그냥 차만 두고 가."라고 했고, 폴리스 리포트의 경우 자신이 내일 아침에 경찰을 통해 받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녹음이라도 했어야만 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우리는 공항에서 한참을 노닥거린 후에야 비행기에 탑승했고, 무사히 아부다비에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그러니까 그 사건에 대해 잊어갈 때쯤이었다. 차를 렌트했던 친구로부터 당황스러운 연락이 왔다.
"언니, 나 2000달러 결제 문자가 왔어."
급히 Rentalcars.com과 오만의 렌터카 지점에 연락해보았는데, 우리가 풀 프로텍션 보험을 들긴 했지만 폴리스 리포트를 받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여 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 한 달간 Rentalcars.com과 렌터카 지점은 이미 입을 맞췄는지 우리의 어떤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그 돈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알아보니 Rentalcars.com 자체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세 명이 건강하게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그렇게 우리 셋 모두 오만 여행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당시 여행 사진을 처음 꺼내 본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은 알 아르베인으로 통하는 길이 다시 잘 정비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혹시 여행 정보가 적은 오만에 간다면 우리처럼 렌트를 하기보다는 안전하게 현지 여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만약 렌트를 해야 한다면 혹시 모를 사고가 났을 때의 대비해 보험 약관을 자세히 읽고, 경찰서 전화번호 등은 숙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또한, 오만이 아니더라도 혹시 인적이 드문 곳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구글맵은 믿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구글맵 또한 사람에 의해 작성되는 것이므로, 인적이 드문 곳의 지도는 오랜 시간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여행을 통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위험해 보이지 않는 길도 길 중간(양쪽 앞 바퀴가 지나가는 사이)에 작은 나무가 있다면, 그 길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한 번쯤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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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신 분들을 만나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군요.
보험회사가 여행의 기억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네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그래서 필요한가 봅니다~^^
그 좋으신 분들 덕분에 무사히 탈출했는데, 그래서 렌터카 업체 사람까지 쏠랑 믿어버렸나봐요. ㅋ 시간이 약이기도 하고, 큰 돈이지만,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됐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조심해야 된다는걸 배우기도 했고요.
풍경이 황량하네요. 오지여행은 감히 도전하기 겁나네요.
난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면 오히려 추억이 되더군요.
앞으로 오지 여행의 경우에 한해서는 현지 여행사를 이용할까 해요.
좋았던 점은, 저 난처한 상황에서도 아무도 짜증내지 않아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여행하고 있다는걸 새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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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여행을 꺼내보지 않으셨다는 이유가 이거였군요.
이런...
소름이 확 돋았어요...ㅜㅜ
범퍼가 다 떨어지고, 바닥이 찌그러지고, 게다가 타이어는 펑크...
쌀람아저씨 아니었으면....
또 벌금(?)도 엄청나네요...ㅜㅜ
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그렇고, 왠지 렌트카 업체에 속은 것만 같아 기분이 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러 속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사실 "괜찮아. 내일 폴리스 리포트는 우리가 받을께." 라고 말하는 직원의 말을 녹음해야하나라는 생각을 그때 잠시 하긴 했는데, 너무나 착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렇지 않아 해서 그냥 믿어버렸거든요. :(
큰 돈 내고 귀중한 경험한 셈 치려고요. (그 방법 밖에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베트남에서 공안에게 잘못걸려
고작 70불 뜯긴것도 지금까지 열이 받는데
2000불...
하... 사고도 사고지만
꺼내보기 싫어지는 이유가 있군요-ㅅ-;;
ㅋㅋㅋㅋㅋ 그렇죠. 완전 열심히 따졌지만 1도 먹히지 않아서, 크게 액땜한 셈 치기로 했어요.
비싸지만 소중한 경험을 하고 오셨군요...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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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안 겪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다치지 않고 교훈을 얻어서 다행이었어요.
쌀람아저씨가 은인이네요;;; 구글만 믿고 갔다가 정말 큰일날뻔하셨습니다;;; 정말 차 2대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ㅠ0ㅠ ..
완전 친절한 분들이셨어요. 저희는 바퀴 갈아 끼워본 적도 없고.. ㅜㅜ
오만이나 아랍에미리트 두곳 다 사막 등 오프로드에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서인지 현지인 분들이 대처 법도 잘 아시고 잘 도와주시는가봐요. 제 친구도 아부다비에서 어디 모래에 바퀴가 빠졌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자기 동생까지 전화로 불러서 도와주셨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