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 녹취록 10, 잊혀진 전사, 신령 전투
음성에서 부상을 당한 후 부대로 복귀하기까지 7연대는 많은 전투를 치루었다. 먼저 무극리의 동락국민학교 전투가 있었다. 7연대 2대대는 동락국민학교에 북한군 포병부대가 주둔하는 것을 확인하고 포위공격을 했다. 한국전쟁이후 한국군이 최초로 북한군을 포위섬멸한 작전이었다. 이 작전으로 포획한 장비를 제1사단에 나누어 주었다. 당시 백선엽의 제1사단은 임진강 전투에서 사단의 대포나 박격포등 포병화기를 모두 버리고 철수했다. 그리고 7연대 2대대가 동락리의 북한군 포병부대를 섬멸하면서 획득한 무기를 제1사단에게 보내서 무장토록 했던 것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대용은 영천 서북쪽의 신령지역으로 배치되었다. 신령에는 화산이라는 산이 있었고, 그 화산지역에서 전투를 했다. 처음에는 적 1개대대와 우리 1개 대대가 서로 싸웠다. 전투중에 손실이 계속 발생했다. 적도 소수로 줄어들었고 이대용의 중대도 30명정도로 줄어 들었다. 7연대 1대대의 2중대는 자꾸 후방으로 도망갔다. 우리가 적의 진지를 차지하면 적은 다시 우리 후방으로 돌아와 이전의 우리진지를 차지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북한군은 이것만 점령하면 부산이 곧바로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진격해왔다. 우리도 여기서 지면 부산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버텼다. 치열한 전투였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그냥 비겼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듯 했다.
전투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전투가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8월 30일부터 9월 3일 정도까지 였다. 피아간의 진지가 자꾸 바뀌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탄약도 제대로 보급 받을 수 없었다.
43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버텼다. 전투간 격투사격을 여러번 해보았지만 그때 서로 총검으로 찌르는 전투는 처음이었다. 전투가 중지되면 노란 색 잎파리 하나가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다. 바람은 불지 않는데 벌레먹어 노랗게 된 나뭇잎이 거미줄에 메달려 있었다. 저잎파리가 먼저 떨어지느냐, 내목숨이 먼저 떨어지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생각만 했다. 중대장이 앞에서 버티고 있으면 병사들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대용 옆에는 끝까지 같이 싸우던 김금동이란 병사가 있었다. “금동아 적이 많이 오냐?”하고 물으니 “개미떼 처럼 옵니다. 딱벌레 같은 놈들입니다” 그러면 “내가 수류탄 던질께”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이대용의 곁은 지키며 용감하게 싸우던 김금동도 결국 전사했다.
며칠을 먹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대대장은 전화를 했다. “서쪽에 있는 적을 마지막으로 공격해서 적의 목에 칼을 꽂아 달라… 마지막으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순간 대대장이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존경해왔던 대대장이지만 그 순간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야 말로 죽는셈치고 마지막으로 공격했다. 적도 얼마 없었다. 그들도 우리를 보고 그냥 도망가고 말았다.
그날 저녁 비가 왔다. 입추도 되지 않았지만 화산에서 그냥 맞는 비는 추웠다.이가 덜덜 떨렸다. 대대장이 S300 무전기로 연락을 해 왔다. 대대장 호출명은 백두산이었다. 이대용은 압록강이었다. 2중대장은 두만강, 3중대장은 낙동강, 4중대장은 금강이었다. 대대장은 울면서 무전을 해 왔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경어를 썼다. “압록강 대장, 압록강 대장, 기한이 얼마나 심하오 ? 지원을 해주지 못해 준 나를 용서하오” 라고 했다. 이대용은 무전기를 받아 들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나를 믿어주고 알아주는 사람은 대대장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투가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적은 공격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싸운 화산 전투였지만 전사기록에 화산전투는 남아 있지 않았다. 전사는 나중에 기록하는데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전사했기 때문이다. 대대장도 전사했고, 부대대장도 전사했다. 그동안 살아 있던 소대장 육사 10기생 도진환 소위도 전사했다. 전투가 끝나고 7연대 2대대가 트럭 두세대를 가지고 들어와서 소총과 같은 유류품을 줏어갔다. 그리고 화산전투는 제2대대가 수행한 전투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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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정말 가슴 아픈 역사 입니다.ㅜㅜ
압록강 대장, 압록강 대장, 기한이 얼마나 심하오 ? 지원을 해주지 못해 준 나를 용서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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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전사기록에도 없는 진실을 알게 해주셔서
지나간 역사지만 흥미롭습니다.
옆에 있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땠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