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간이 된다.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간이 된다, 이 말이 원래는 이게 아니다.
부뚜막에 소금도 넣아야 짜다, 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음식에 간을 맞추기 위하여 부뚜막 소금을 넣는 행위로 보고 그렇다면 짜다는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말보다는 간이 된다 혹은 음식 맛이 난다 이렇게 하고 싶었다.

아침에 나가 걷는데 어디로 발길을 향할까 하다 백세 노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란 생각에 나오셨으면 인사라도 하자 하고 노인분이 즐겨 걷는 장소로 갔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고 운동을 나오신다고 한다.
그분이 즐겨 걷는 황톳길에 7시 정도에 가면 뵙는다.
오늘은 조금 늦어서 계실까 싶어 부지런히 갔다.

걷고 계시다.
반가움에 달려 가 인사를 드렸다.
백세 노인이 소녀처럼 수줍어하며 인사를 받으신다.
손가락을 두 개 펴서 두 바퀴 도셨어요 하니 세 바퀴 도셨다고 한다.
그럼 가실 때가 된 것이다.
이분은 왕복 세 번이면 운동 끝이다.
그래도 이곳까지 오시고 가시는 거리까지 합치면 제법 거리가 된다.
내수면 연구소 울타리 밖에 있는 옛 철길을 걷어 내고 주차장을 군에서 만들면서 울타리 옆에 황톳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이 백세 노인의 운동장소가 된 것이다.

나는 얼른 옆에 서서 같이 걷는데 발에는 낙엽이 된 은행잎과 같이 은행이 밟히는 소리가 난다.
그걸 밟으며 걷는데 가을이구나 겨울이구나 이런 생각이 아니라 달리 스치는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이란 것은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짜다, 이 말이 이었다.

엊그제 토요일 형제들 저녁 모임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둘째 동생이 형 차 어디 있어한다.
왜? 하니, 은행을 가져왔는데 실어 놓으면 좋을 거 같아서 그런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 이야기라도 나누다 헤어지는 게 좋겠다 싶어 카페로 갔다.
나는 앞서 왔길래 주변 상가를 구경하다 다들 모인 다음에 갔는데 집집마다 은행 보따리를 하나씩 앞에 놓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게 뭐야 하니, 은행이란다.
밥 먹을 때 동생이 이야기하던 그 은행이다.
제법 많은 양이다.
봉지를 열어 보니 은행을 어쩜 이렇게 깨끗하게 작업을 해서 말렸는지 백색의 은행 알이 가득했다.
보는 순간 이거 수고를 많이 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을 주어 모아서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은행을 주어 모아서 과육을 문질러 다 닦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무엇 보다도 냄새 때문에 다들 피하는 작업 중에 하나다.

한마디로 정성이 엄청 들어간 것이다.
순간 고맙구나 이렇게 많은걸 형제들에게 다 나누어 주려니 얼마나 수고를 했나 싶었다.
형제라도 그동안은 일방적으로 주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동생들이 형을 형수를 생각해서 주는 걸 받는 것도 있구나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 그랬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백세 노인 옆에서 걸을 때 은행잎 속에 은행이 발에 밟히는 것을 느꼈다.
깨끗하게 작업을 해서 먹을 수 있게 가져다준 은행이 생각이 났으며 동시에 동생 생각이 났고 곁들여 떠오른 생각이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짜다, 였다.
그러면서 하나 더 생각한 게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간이 된다로 바꿔 생각했다.
고마운 동생이다.
운행을 먹을 동안 늘 수고한 동생 내외를 생각하게 될 텐데 그렇게 보면 겨우내 동생에게 고마움을 생각하게 될 거 같다.
조금 뻥치면 한말은 될성싶은 은행이다.
정말 많은 양이다.

형제들 건강하라며 정성 들여 작업해서 보내준 은행 무척 고마운 선물이다.
은행 구워 먹다 보면 올 겨울은 따듯하게 보낼 거 같다는 생각에 차가은 아침 기온도 왠지 차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누구 어게인가 아침 인사를 하면서 오늘은 날이 푹합니다, 했더니 푹하긴 뭐가 푹해 지금 기온도 영하 4도야 하고 답이 왔다.
이래서 사람은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한가 보다.
영하 40도를 오리 내리는 곳에 여행을 갔는데도 사랑과 믿음으로 구축한 멤버십으로 화요일이면 띵동 하고 애터미에서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하나도 안 추웠다고 하는 강의를 어제 서울 원데이 세미나에서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감사합니다.

2025/12/08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