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셔터 문 앞의 기다림
우체국 셔터 문 앞의 기다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왔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신선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우체국 앞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것은 굳게 닫힌 차가운 셔터 문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40분이다. 우체국 문이 열리는 9시까지는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셔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올라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이 20분은, 올여름 치열했던 내 농사지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쉼표가 되어준다.
오늘 우체국 택배로 떠나보낼 상자는 올해 옥수수 농사의 마지막 배달이다. 아니, 내 강원도 찰옥수수 수확의 최종 장이다. 이 상자를 닫음으로써 나의 뜨거웠던 여름 수확도 오늘로 비로소 끝이 났다.
사실 올해 옥수수 농사는 시작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다. 매년 심던 좋은 찰옥수수 씨앗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작년의 절반도 안 되는 면적에만 겨우 찰옥수수를 심을 수 있었다. 빈 밭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아쉬운 대로 농협에서 다른 종자를 사다 심었지만, 수확 날이 다가올 때까지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데 오늘, 마지막 수확을 하며 옥수수를 한 꺼풀 벗겨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옥수수 알이 굵고 튼실하게 꽉 차 있었던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몇 개를 쪄서 입에 넣었다가 깜짝 놀랐다.
늘 먹던 찰옥수수와는 전혀 달랐다. 인위적으로 뉴슈가나 설탕을 넣고 찐 것처럼 진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불과 며칠 전에 몇 개 따서 맛보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지의 뜨거운 볕을 며칠 더 쬐었다고 그새 이렇게 깊은 맛을 품게 된 모양이다. 뜻밖의 선물 같은 맛에 감탄이 터져 나왔고, 이 낯선 종자의 내년 농사에 대한 작은 기대감과 희망까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맛 좋은 옥수수를 확인하고 나니 우체국 앞에서의 기다림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다. 이 상자 안에는 수술을 마치고 힘겹게 회복 중인 내 소중한 파트너를 향한 응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보내준 옥수수 맛을 잊지 못하겠다"며, 투병 중에도 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하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 한마디가 고마워, 그리고 꼭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가장 좋은 놈들로만 골라 상자를 채웠다.
이 옥수수들은 아마 내일쯤 주인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부디 무더운 여름날의 배송길에도 아무 탈 없이, 밭에서 갓 따낸 그 신선함 그대로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자를 열었을 때 퍼지는 향긋한 냄새로 한 번, 입안을 채우는 달콤한 맛으로 또 한 번 감동하여 지친 몸과 마음에 새 기운이 샘솟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그 한 입을 통해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농부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다. 저 멀리서 우체국 직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셔터 문이 열리기 직전, 마음속으로 깊은 응원의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아 보낸다.
맛나게 드시고 기운 차리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건강한 내일을 응원합니다. 파이팅입니다.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안녕하세요, @cjsdns님.
STEEMIT의 일상을 웹툰으로 연결하는 AI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STEEMTOON입니다.
공개해 주신 이 글의 주제와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의 스팀마을》 웹툰 소재로 새롭게 각색해 소개했습니다.
원문의 문장과 이미지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작성자 계정과 원문 링크를 출처로 표시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신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toononsteem 계정에서 100% 보팅합니다.
소재 활용을 원하지 않으시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 댓글에 말씀해 주세요. 확인 후 가능한 범위에서 반영하며, 원하실 경우 이후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하겠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ml comment removed: steem-village-source-comment:v1 )
저도 응원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