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늘 뭘 해야지...

in #zzan2 days ago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가뿐하지가 않다.
긴 8월도 시작하니 금방이다.
과자 봉지 새로 뜯으면 한참 먹을 거 같아도 손이 입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빈봉지 되듯
그렇게 8월도 빈봉지 같이 된 거 같다.
세월이란 자루에 뭔가를 채워야 하는데 채우기커녕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빈봉지만 만든 거 같은 그런 느낌의 8월이다.

참 희한하다.
세월은 좋은 일이 있건 나쁜 일이 있건 아랑곳하지 않고 간다.
유년 시절도 청년 시정도 장년 시절도 그렇게 갔다.
이제 노년마저도 그렇게 아니면 그보다 더 빠르게 흘러갈 거 같다.
그렇다 보니 마음만 바쁘다.

어제는 로또를 두 장 샀다.
그것도 운빨이 있어 보이는 사람의 지갑을 털어 샀다.
아니 빌려 샀다.
거금이 있는 걸 봤으나 털어 산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는 게 아니다.
진심 1등이 되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로또를 사는 것도 누군가를 위한 좋은 일이지 했는데
이젠 늙어 내게도 1등 욕심이 생겼나 보다.

가는 세월 탓인지 그간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지 않던 조바심 같은 게 생긴다.
솔직히 난 내가 나이는 좀 먹었어도 늙었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지난 5월에 아바님을 하늘나라로 모시면서 나도 늙었구나를 절실하게 느꼈다.
문상을 오는 친구들이 하나같이 노인들이었다.

문상 오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늙은 사람들이 많았다.
저 사람들이 내 친구라고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늙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여 깨닫게 되었다.
저들이 늙었다면 나도 늙었다.
나라고 세월 비켜가는 재주가 있는 것도 이니고 있다고 해도 비켜 가서도 안 되는 것이다.
비켜간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세대교체도 해야 할 때 해야지 그걸 싫다고 버티면 그것도 모양새가 아니지 싶다.
미련은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가져도 되겠지만 삶 전체에는 미련을 갖는다고 안 죽을 것도 아니다.
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의 인연을 아름답게 까지는 아니라 해도 잘 마무리하는 게
저세상 관문도 무사히 탈없이 통과하여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8월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도 있을 거 같다.
9월이 무탈하려면, 좋은 일로 점철되려면 말이다.
그럼, 오늘 뭘 해야지...

감사합니다.

2025/08/3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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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this post really resonated with me! The way you've captured the bittersweet feeling of August slipping away is so relatable. The analogy of the empty snack bag perfectly illustrates that fleeting sense of time, and the reflection on aging, especially after the experience of losing a loved one, is deeply moving.

I love the touch of humor with the borrowed lottery ticket – a universal dream! It's fascinating how perspectives shift with time. This post is a beautiful contemplation on life's transitions, and the wisdom gained through experience. I think a lot of people can relate with it. What are your hopes for September?

8월을 ‘과자 빈봉지’로 표현하시는 게 너무 현실적이에요. 아바님을 모시고 느낀 늙음을 통해, 이제 당신이 세월에 채우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로또 기대가 ‘남을 위해’에서 ‘자신 위해’로 바뀐 게 인간적이에요. 1등 된다면 가장 먼저 마무리하고 싶은 인연은 무엇인가요?
세대교체와 미련에 대한 말이 명철하네요. 오늘 어떻게 보내면 8월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