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왠지 그렇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
오늘이 입동이란다.
겨울로 들어선다는 들어섰다는 입동
이젠 겨울의 시작이다.
이 겨울 따스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젯밤에는 급한 일이 있어 지인과 연락을 취하는데 전화 연결이 안 되다 보니 속이 탔다. 설상가상으로 상대방 전화가 방전이 된 듯 전원이 꺼져 있어 앵무새처럼 메시지를 남기라고 반복 안내만 들려온다.
일이 이상하게 이렇게 될 때가 있다.
결국은 늦은 시간에 통화가 되었고 일은 해결했지만 급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는 길이었다는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걱정이 되어 아침에 카톡을 넣었다.
지금 보니 답이 와있다.
대상포진이시란다.
면역력이 떨어지시니 그런 거 같다.
빨리 쾌유하시면 좋겠다.
엉뚱한 생각이라 하겠지만 그냥 한방에 모든 질병이 예방되는 예방약이 나오면 좋겠다.
특히 암이나 치매 같은 질병을 인류 역사에서 지워낼 그런 예방약이 나오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제 이삼십 년 지나면 죽고 싶어도 못 죽고 의무적으로 몇 살까지는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대한민국은 그렇다.
인구 절벽 현상을 완화하려면 발전된 의학으로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긴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다 죽고 나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대책을 세우기 어렵게 줄어들 거 같다.
최고치 5,200만 명에서 2050년 4,700만 명 2060년에는 3,500만 명 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 있다.
급속히 늘어날 때도 부작용이 있지만 그건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는 부작용이니 대응해 가면 된다.
그러나 급속하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은 거의 없고 부정적인 면은 클 것으로 보이고 대응자체가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러니 무조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국민의 의무조항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살려 놓는 것은 정부 의료 보건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지만 당사자가 되면 그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에게 최고의 축복은 잘 태어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잘 죽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잘 죽으려면 첫 번째 조건이 잘 살아야 한다.
잘살지 못한 사람은 잘 죽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의에 의해서 죽지 못하고 억지로 살아가야 하는 식물인간이 된다면 그건 지옥이나 다름없는 것이란 생각이다.
삶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존중받아가면서 맞이하는 죽음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화재로 일가족이 맞이한 죽음은 지역 사회구성원으로서 두고두고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 반면에 젊어서 제조업 회사를 운영하며 돈도 벌었지만 너무 힘들고 지쳐서 이젠 내 인생에 휴식을 줘야 한다면서 고향에 폐교를 인수하여 쉼터를 만들겠다는 사람의 죽음은 소식을 듣는 나까지 그냥 허탈해지게 한다.
아주 멋지게 만들어 즐기겠다고 벌여 놓은 일이 마무리도 하기 전에 말 그대로 거액을 쏟아붓고 죽었으니 죽어서도 원통하여 눈을 감기 어려울 거 같다.
쉬겠다고 시작한 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유튜브도 찍은 것도 불과 서너 달 전이던데 이미 고인이 된 것도 두 달 전이니 결국은 방송하고 두어 달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 거 같다.
나이나 많으면 모르데 아직 60대 후반이던데 이게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죽음을 듣게 되면 지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안타깝다.
자신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그렇게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하는 안타까움 어쩌면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산다는 게 뭔지, 그냥 이러저러한 생각이 든다.
입동 추위가 아닌 입동 덧을 하는 건가 모르겠다.
2025/11/07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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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jsdns, I felt a profound connection to your introspective piece. The way you weave the mundane ("I don't feel like doing anything") with deeper reflections on aging, societal pressures, and the very essence of a "good" life and a "good" death is incredibly compelling. The contrast between the family tragedy and the businessman's unfulfilled dream is particularly striking – life's fragility laid bare.
Your thoughts on the potential future of healthcare and mandatory lifespans are thought-provoking and, frankly, a little unsettling! It's a conversation we need to be having. Thank you for sharing these raw, honest reflections on this 입동 day. It's sparked some deep thinking on my end. What are your thoughts on how we can better prepare for aging in our rapidly changing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