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런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건가...?

시런이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을 집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했다.
아이들이 어제오늘 보여준 행동들이 그렇다.
마냥 어린 줄만 알고 자기들 생각만 하는 아이들인지 알았는데 어제오늘 보여준 말과 행동들은 아니다.
많이 성숙한 모습이 고맙게 느껴진다.

일 년 사이, 아니 6개월 사이에 아버지 어머니를 다 보내고 나니 세상에 이런 불효가 있나 싶은데 마냥 어린아이들 같았던 자식들이 보듬어 보여주는 사랑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위로가 되는 것은 물론 이젠 어른들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그러니까 2024년 2월 내가 한 달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여행중일 때 아버지가 낙상을 하셨다.
낙상 소식에 여행 일정을 멈추고 급하게 귀국을 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아버지가 고관절에 골절이 왔고 수술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은 잘되었다고는 하나 그때부터 시련은 시작되었다.

재활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은 고생 끝에 1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머니도 올 입춘날 거실에서 넘어지셨다.
하여, 어머니의 소원대로 같은 병원 같은 병동에서 2개월 입원해 계셨다.

아버지와 달리 워낙에 연약한 분이라 어머니는 두 달 넘기기도 어렵다 하였다.
그럴 때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어머니를 집으로 빨리 모시자고 했다.
집으로 모셔오며 6개월만이라도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셔온 후 병원 침대를 놓고 나름의 정성을 다하여 모시니 증상은 호전이 되었고 살도 오르고 좋아지셨다.

그래서 한 일 년 이상은 더 사실 것이라 생각했고 더 욕심내어 기동도 하실 수 있을지 모른다는 행복한 기대도 했다.
그러나 10월부터 식사량이 줄더니 11월 들어 더욱 쇠약해지시고 급기야는 음식 섭취를 못하시는 상황이 되더니 지난 11월 11일 빼빼로 한 게 드신 게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아무것도 못 드시던 분이 빼빼로를 아들 며느리 셋이서 먹으면 한 개 드시겠다고 하니 좋다고 드렸는데 그리고 셋이서 인증숏도 찍고 아리랑도 불러 주시어 좋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음식물 섭취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어머니는 11월 12일 오전 6시 15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12일 새벽 1시까지 통증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다가 조금 완화되어 주무시기에 나도 옆에서 자다 깨어보니 4시였다.

4시부터 옆에 바짝 앉아서 지켜보니 아무래도 아무래도 오늘을 넘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들에게 연락하여 빨리들 오라고 했으나 동생들이 도착하기 전인 6시 15분에 큰며느리 손을 잡고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과정에서 오늘 이야기 주제인 시런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하면 아이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를 위로하는 행동이나 말들이 어른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또한 어머님이 가시면서 주신 선물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이제 막 떠나고 동생들이 온다.
장례 절차에 마지막으로 정리할 일들이 있어 오는 것이다.
어제 어머니를 봉안하고 올라오니 너무 늦어서 일단 오늘 다시 만나기로 했기에 모이는 것이다.
말은 못 하지만 동생들에게 약간은 서운한 게 있다.
동생들도 부모를 잃은 슬픔도 있지만 고생 덜하시고 돌아가신 게 잘 돌아가셨지 하는 생각들이 더 많은 거 같아 야속도 하다.
물론 형 형수 올케 언니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하고 나름 위로를 한다는 말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야속은 하다.

여하튼 어머님은 가셨다.
동생들도 잘 협조하여 잘 모셨다.
모두 고맙다.
더불어 위로의 말씀과 조문을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이젠 아이들 말처럼 내가 정신을 잘 차려야 한다.
아이들이나 아내, 그리고 동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내겐 스팀이라는 속풀이 장소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감사합니다.

2025/11/15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