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in #zzan3 days ago

첫눈이 내렸다.
날이 추워지고 흐리더니 눈이 내렸다.
찬바람과 함께 내리는 눈이 첫눈 치고는 제법 많이 내렸다.
그 첫눈을 내일모레 군에 가는 친구와 같이 걸었다.

이민을 가서 외국에서 20여 년 생활을 하고 귀국한 젊은 친구로 요즘 군대 가는 친구들보다는 나이가 많고 외국 국적을 소유한 사람이라 군대는 안 가도 되는데 한국에서 살려고 들어 왔으니 대한의 남아가 되겠다며 군대를 지원하여 12월 9일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예뻐 보이는가, 응원을 안 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저녁을 함께 하고 식당을 나서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지 않고 춥지 않은 날이라면 눈을 맞으며 같이 이야기하며 마냥 걸으면 좋겠지만 날이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 집에까지 바래다주며 같이 걸었다.
10여분 정도 눈을 맞으며 걸어 집에 바래다주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보니 그사이 내 모습이 눈사람이나 다름없이 되어 있다.
첫눈 치고는 눈이 아주 잘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그런데 첫눈이란 생각에 눈을 치워야지 하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 걸어 나가는 길만 빗자루질을 하고 걸으러 나갔다.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길을 나서보니 제설 작업은 생각보다 되어있지 않았다.
정말 걷는 내내 조심조심해야 했다.

첫눈, 소리만 들어도 보기만 해도 감흥이 있을 만 한데 그렇지 못하다.
왠지 모르니 이제는 감정도 메말라버럈나 싶다.
눈이 내리면 동네 개들도 좋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하물며 사람이 감흥이 없을 수 없을 텐데 이젠 감흥보다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인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메마른 감정을 촉촉하게 만들려 두루두루 설경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첫눈이 내렸다.
날이 추워지고 내린 눈
첫눈 치고는 많은 눈이 내렸다.
길도 미끄럽다.

어머니는 이렇게 추워지고 눈이 내리고 미끄러워지기 전에 가시려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가셨나 보다.
어머니가 그립다.
그런데 이상하다.
돌아가신 지 아직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거 보면 사람은 참 묘한 동물 같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아도 잊혀 가는 게 사람들의 인연 같다.
그냥 놓아 버리면 더 빨리 잊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머니가 계시던 방에 들어가보면 아직도 어머니 숨결이 남아있는 거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아득한 기억 속에 어머니로 기억되니 이게 뭔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2025/12/0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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