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에서 보낸 편지2

in #zzan26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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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비행으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리스본의 상큼한 햇살과 바람이 어루만져 준다.
세상 느긋한 암스테르담 공항의 입국 수속처, 사람 다 타야 출발한다는 듯한 KLM 항공 덕에 예정보다 두 시간 지연되었지만 이렇게 포르투갈 땅을 밟았다.

거의 모든 여행안내서에 포르투갈인들은 스페인 사람처럼 요란스럽지 않고 약간 우울한 분위기라고 쓰여 있다.
과연 그런가.
최소한, 정장 차림의 핸섬한 젊은 운전자에게 말을 붙여도 꽤 무뚝뚝했던 건 사실이다.(예약 손님 전용 승합차 운전자는 다 정장 차림이었는데 일종의 직업의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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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emporium이라는 건물인데, 예전에 백화점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 해서 관광객에게 내놓고 있나 보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대충 밀어 넣고 침대누워 창문으로 한들거리는 나뭇잎을 보니, 비로소 내 마음도 나붓겼다.

너와의 처음이 기억나지 않는다.

네가 전학을 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고집스럽게 성문 종합영어만 들여다 보고, 수학의 정석 그 빌어먹게 두꺼운 책은 인수분해까지만 책배에 손때가 타고 있었던 즈음이다.

학교 도서관에 앉아 있을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너는 내 앞에 앉았다.

그때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귓속을 울리던 맑은 종소리.
논뚝길을 걸어 귀가하던 길, 건너 마을의 불빛과 별이 그렇게 영롱한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이상하고도 신기했었다.

어제는 리스보아 거리와 광장을 많이 돌아 다녔다.
일몰이 환상적이라는데 날이 흐렸다.
페르난두 페소아가 우리를 안내 했다면 뭐라고 투덜댔을까?

이렇게 걷는 게 션찮아서야 원, 여행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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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은 어디든 이쁘고 아름답내요 ^^

야경 너무 이국적이고 예쁘당 'ㅡ' ㅎㅎ

이번 여행도 조심조심 잘 다녀와~ 도잠형!!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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