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 견딜 수 없는 사랑 Enduring Love(Ian McEwan)

in #zzan18 hours ago

IMG_4113.jpeg


일단 책의 표지를 보자.
거대한 열기구가 보이고
사람이 타고 있을 듯한 바구니가
보인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다가
돌풍을 만난다.
부랴부랴 착지하려고 했는데
낮은 돌풍이 열기구를 휙 밀어젖힌다.
안에는 어린 아이가 타고 있고
보호자인 남자가 어떻게든
해보려 하는데 안된다.

이 모습을 본 다섯 명의 남자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 온다.

연인과 소풍 도시락을 먹으려던 조 로즈,
인근 도로를 달리다 달려온 의사 로건,
근처 들판에서 일하던 노동자 두명,
그리고 산행을 하던 이십대의 남자 패리.

문제는 열기구가 돌풍에 다시 떠오르며
밧줄을 잡았던 네 사람은 손을 놨는데
그 중 의사 로건이 끝까지 놓지 않고
매달렸다가 수십 미터 상공에서
추락한 것.

이쯤 읽었을 땐, 의롭게 죽은 영웅과
밧줄을 놓은 사람들의 내적 갈등을
다룬 것으로 작품 방향을 짐작했다.

그게 아니었다.
열기구는 멀리 날아가긴 했지만
안에 있던 소년은 무사했다.

너무 충격적인 사건에 정신이 혼란한데
주인공 조가 패리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패리는 뜬금없이 조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당신은 하느님이 자신에게 보내 준
기쁨이자 행복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는 어이가 없다.
처음 본 젊은 남자가 왜 그럴까.
더구나 자신은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클래리사가 있는데.

패리의 집착은 강도를 더한다.
전화를 받지 않자 그의 아파트를 지키며
조를 기다린다.
그가 항의하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밤새 장문 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는 이모에게서 엄마로 그리고 자기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유산이 넘어와
런던의 큰 집과 거액을 가지게 되자
직장도 그만두고
오직 하느님의 뜻과 말씀만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그 들판에서 열기구 밧줄을
잡아다니는 상황에서 조의 눈빛을 보고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거부하려 했으나 조가 신을 부정하는
과학자이며 강연자이자 컬럼가라는 것을
알고는, 하느님의 뜻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했다.
무신론자를 사랑으로 보듬어서 내 앞으로
이끌고 너희들의 사랑을 완성해라.....

조는 패리의 사랑이 견딜 수가 없는 정도를
떠나서 두렵다.

클래리사에게 조언을 구하나
그녀는 조가 그 사건 이후로
너무 예민해진 거 아니냐고 한다.
경찰에게 신고했으나 협박이나 해를
당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심드렁 하다.

패리의 증상을 생각하던 조는
'드클레랑보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상대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으며
이상성욕, 성적 망상을 지닌 것이다.

쉽게 말해 연예인 광팬이 그 많은
사람 중에 그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이것이다.

패리는 조가 자신의 사랑과 신을 거부하자
결국 사람을 사서 그에게 총을 겨눈다.
다행이 정확한 대상을 몰랐던 범인들이
엉뚱한 사람을 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지만.

그 때까지도 클래리사는 조의 정신상태가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패리의 구애 편지도
조 자신이 쓴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극에 치달은 패리는 조의 집에 침입하여
클래리사를 인질로 잡고 조를 죽이려 한
자신을 용서하라며 칼로 자해를 한다.
조는 총을 쏜다.

패리는 치료가 끝나자 정신병원에 갇혀서
조에게 '하느님과 자신의 사랑'을 강조하는
천번째 편지를 조에게 쓰나
편지는 전달되지 않는다.

IMG_4107.jpeg


역시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너무도 재밌다.
예상치 못한 전개도 그렇거니와
등장 인물들이 너무나 살아 있다.
약간의 풍자적 묘사도 재밌다.

신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흘리고 있는데
조의 과학적 관점에서는 같은 신념을 지닌
무리 틈에 섞여 있어야 안전을 보호받는
유전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 같은 종교적 신념이 오늘날
전쟁을 일으키고 제노사이드를 일으킨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1998년에 쓴 작품이니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팽창주의, 종교의
폐해를 더 많이 지적하고 싶어하겠다.
(그래도 세계 분열에 큰 역할을 한
영국의 행태를 크게 반성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주제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언 매큐언 / 한정아 역 / 복복서가 / 2023 / 장편소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로건의 죽음은 그걸로 끝인가요? 쩝...

의로운 죽음이었던 걸로….

그보다는 그 아내가 교외로 애인 태우고 나갔다가 그렇게 된 거라고 오해를 하지요. ㅎㅎ

@dozam 님 포스팅 덕분에 이언매큐언 작품을 계속 접하고 있는데요...
궁금해서 인터넷 살짝 검색해보니 이 분이 정말 정말 대단한 분이시더군요. ㅎ
엄청난 분의 작품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위도 받았대유.
저도 여태 모르고 있던 작가였다가 올 겨울 한번 접하고 나니 계속 읽게 되네요. ㅎㅎ

반전에 반전..

Posted using SteemX

작가는 공부를 많이 해야되나 봅니다. 과학도 자세히 알아야 하고…

음 이런식의 반전을 주는... 소설이로군요.... 으음...

이안 매큐언의 매력에 빠지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