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푸른 실타래, 칡을 바라보며

in #zzan6 hou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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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푸른 실타래, 칡을 바라보며


산자락을 올려다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푸른 갈등이 번진다. 사방으로 사정없이 뻗어 나가는 칡넝쿨을 마주할 때마다 감정이 복잡해진다. 저 거침없는 생명력을 그저 미워해야 할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해해야 할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보는 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칡은 오늘도 무성하게 자란다. 놔두고 보자니 주변 나무들의 목을 조르는 불한당 같다. 막상 팔을 걷어붙이고 제거하려니 혼자만의 힘으로는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그저 제 손발을 뻗어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것뿐이다. 그 당연한 생존 본능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칡은 예전만 해도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고마운 자원이었다. 소를 키우던 시절에는 이만한 고단백 먹이가 없었다. 질긴 칡넝쿨은 땔나무나 농작물을 단단히 묶어주는 천연 끈이 되어주었다. 손재주 좋은 이들의 손을 거치면 튼튼한 소쿠리가 되었고 때로는 종이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흉년이 들어 배를 곯던 시절, 흙 속 깊은 곳에서 캐낸 칡뿌리는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눈물겨운 구황작물이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시절이 변했다. 더 이상 칡으로 소를 먹이지도 않고 바구니를 짜지도 않는 시대다. 쓰임새를 잃어버린 칡은 이제 갈 곳 없는 에너지를 온 산에 쏟아붓고 있다.

과거의 효자는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순식간에 산림을 황폐화하는 주범이 되었다. 아무리 곧고 당당하게 자란 아름드리나무라도 칡넝쿨이 발목을 잡고 올라타기 시작하면 도망칠 재간이 없다. 옴짝달싹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서서히 숨이 막혀가는 나무들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잘 쓰이면 우수한 자원이고 방치되면 생태계를 위협하는 파괴자가 된다. 칡의 운명은 어쩌면 우리 인간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존재들이 겹쳐 보인다.

미움과 연민이 뒤섞인 채로 오늘도 칡넝쿨을 바라본다. 칡이 가진 저 무시무시한 생명력이 자연을 파괴하는 독이 아니라 다시금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약으로 쓰일 수는 없을까. 얽히고설킨 푸른 실타래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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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리 안나게 쳐들어 와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