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후유증

in #zzan2 months ago

가을걷이 후유증이 생긴 거 같다.
어머니가 들로 나가는 꿈을 꾸시고는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하시고 이야기를 하신다.
당신도 같이 가을걷이에 동참하시겠다는 일념으로 예전생각을 하시며 같이 하시겠다는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묘안이 없다.
당신을 일어 나서 여기저기 다니셨다는데, 그것도 다른 때보다 아주 말짱해 보이는 정신으로 눈빛까지 초롱해졌다고 해야 할까 맑아졌다고 했야 할까, 말씀도 입이 안 벌어져 잘 못하시던 분이 아주 말씀도 잘하신다.

어머니와 가을걷이를 이야기한 게 어머니 안에 내재된 일에 대한 본능을 깨운 거 같다.
일하다 돌아가시는 게 소원이라 하신 분이 이 어머니가 이러시는 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해를 하는 것과 바라보는 자식의 입장은 또 다르다.
그냥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그러니 어머니가 이 말씀하시면 긍정 저 말씀도 긍정으로 맞장구를 쳐드리는 게 최선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일어나 나가시겠다는 데 일어나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솔직히 업을 수라도 있으면 어머니를 업고라도 밭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그렇지도 못하다.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못되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제는 들깨 키질도 다했다고 내가 이야기를 하니 거짓말이야라고 하신다.
당신이 안 했는데 누가 했냐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때 아내가 어머니 제가 키질도 다 했어요, 제가 했어요 하니, 그건 내가 해야 하는데 왜 네가 했니 하신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내는 저도 어머니에게 배워서 잘해요 하니 그래도 내게 했으면 더 좋은데 하시면서 아쉬워하셨다.

오늘 아침에도 가을걷이하러 밭에 가셔야 한다며 일어나시겠다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안 일어나지니 어쩐 일이니 라며 얼굴에는 밭에 가실 생각에 소풍 가는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기대에 차 계셨다.
그래서 오늘은 밭에 안 가요, 이제 며칠 있다가 가요, 그때 모시고 갈 테니 오늘은 그냥 편히 쉬세요,라며 아이 달래듯 하여 밭에 가시겠다는 마음을 접게 하였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은 계속될 거 같다.
하여 걱정이 된다.
당신 생각에는 일어나서 여기저기 가고 싶으신데 안되니 꿈을 꾸시고 그게 현실인양 꿈속에서 가을걷이를 하시는가 보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서 우리 어머니가 밭에 같이 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꿈속에 서라도 행복하게 가을걷이를 만끽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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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punicwax here!

@steemzzang, this post really resonated with me. The love and concern you express for your mother are palpable. It's beautiful and heart-wrenching to read about her longing to participate in the harvest again and your family's gentle way of navigating this delicate situation. The image of her face lit up with the excitement of a child anticipating a trip to the fields is so vivid.

This post is a powerful reminder of the deep connection to the land and the enduring spirit of our elders.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moving story. I'm sure many Steemians can relate to the challenges and joys of caring for loved ones.

I hope your mother finds peace and contentment, whether in dreams or reality. Sending you and your family strength and positive energy! What a beautiful testament to the enduring strength of family.

얼마나 일어나 밭으로 가고 싶으실까요. ㅠㅠ

예!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어려우니...

늘 건강 하십시요.
그리고 애터미로 노후대책 생각해보세요.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