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우리가 먼 길을 걸어온 이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image

흥이 절로 나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이다.

ED4F095E-512E-4C2D-8259-5128854E311B.jpg

27AD2B6B-8F15-4C9C-8554-B0B8963BE537.jpg

어떡해~ 저게 콤포스텔라 성당인가봐,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두근거린다.
근데 뭐지? 와 보니 공사중이라 광장에서 보는 성당의 모습이 철제와 안전망으로 덮혀 있어서 사진이 그닥 멋지게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배낭을 풀고 드러눕기도 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신발을 벗어놓고 사진도 찍고, 지팡이를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기도 하면서 왁자지껄 사진을 찍고 서로의 감동을 나누고 있다.
사람들도 모두 흥분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도 뭔가 자꾸 흥분이 되는지 그저 연신 사진만 찍고 있었다.

‘그대를 보러 우리가 먼 길을 걸어왔다구.’

하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22B346FE-85B1-4AFF-BB28-AECDE9F74E7B.jpg

A16ED8A3-AFEC-4D1C-A20C-DFC2787B8C0C.jpg

047DF605-1475-488B-911F-085E0F173339.jpg

5F2105DD-C30F-4219-AD97-DECE8D35371C.jpg

DF30F2CD-56EC-4ED4-8D34-5D4A51903A23.jpg

한참을 사진을 찍고 정신을 가다듬고 수료증을 받으러 갈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들에게 주는 수료증이 있다. 처음 시작한 곳에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몇킬로를 어떻게 왔는지 인정해주는 수료증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생장부터 왔을테고, 어떤 사람은 중간부터 걸었을테고, 또 어떤 사람은 마지막 100킬로미터만 걸었을 것이다. 어쨌든 100킬로미터 이상만 걸으면 수료증은 준다고 한다.
그리고 걸어서 온 사람, 자전거 타고 온 사람, 말 타고 온 사람 등 다양한 형태로 왔을 것이다.
말 타고 온 경우는 모르겠는데, 자전거를 타고 온 경우는 최소 200킬로는 타고 와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따.
어떤 형태로 어디서부터 왔어도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흥분되어 있었다.

910B9849-9907-4EC5-AD03-E80D361B47E6.jpg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의 흥분된 마음을 아는지 가게에 있는 인테리어도 위트가 있다.
지팡이를 집고 등산화를 신고 산티아고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인형이 마치 순례자처럼 서 있지만, 옆에 보면 식당이 92미터 가면 있다는 표지판이 있다. 인형이 너무 웃겨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목사님 부부도 도착해서 수료증을 받고 성당 쪽으로 가고 계셨다. 반가워서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이따가 만나서 저녁 먹을 약속을 확인했다.

B9BC127D-9C7E-4CA2-9701-1D4CBDCEFBAB.jpg

그리고 가게에 있던 안내문.
산티아고에서 한국은 관광객 수로 5순위 정도 되는가 보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없어도 저렇게 한국어는 있다. 요즘 들어 한국 사람이 부쩍 늘었다더니 이걸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근데, 부엔 까미노라는 인사가 한국어로 “궤도”라고?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해석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외국 사람들이 “부엔 까미노를 한국말로는 어떻게 하니?”라고 자꾸 물어서 많이 생각해 봤는데, 정확히 우리말로는 이런 표현이 없는 거 같다. “즐거운 여행”이나 “좋은 길 되세요.”가 적당한 풀이겠지만, 상황으로 생각해 보면 그냥 “잘가.”가 어울릴 거 같기도 하다. 아니면 “안녕.”정도겠지?

IMG_0997.jpg

수료증 받는 곳에 왔더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줄의 시작점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도 줄을 서서 한시간 정도 기다려서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IMG_1009.jpg

우리가 걸으면 거쳐간 숙소에서 찍은 스템프.
거기 직원들이 우리의 스템프 수첩을 보고 시작점을 확인하고, 마지막 콤포스텔라 스템프를 찍어준 후 이렇게 수료증을 만들어 준다.

IMG_2293.jpg

수료증에는 김미애란 사람이 팜플로냐부터 산티아고까지 729킬로미터(팜플로냐부터 산티아고까지)를 걸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게 뭐라고 이걸 받고 나니 뭔가 대단한 것을 해낸 느낌이 물씬 들었다.
생장부터 걸어온 사람들의 수료증에는 799킬로미터를 걸어왔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왠지 또 생장부터 걷지 않는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완전 부러웠다.

사진도 많이 찍고 수료증도 받았으니, 이제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다시 나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신나는 밤을 본격적으로 즐겨보기로 하자~^^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우리가 먼 길을 걸어온 이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Sort:  

으핫~! 궤도라뉘~ㅋ
괘도 루팡이라 적어놓음 몰라도~ㅋㅋ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저거 말고도 재미있는 한국어 번역이 많은 산티아고 길이었습니다.^^

소개해주셔 늘 감사합니다~💙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그대를 보러 우리가 먼 길을 걸어왔다구.

여기가 종착지인가 보군요!! 휴~~~ ㅋㅋ 참 길고도 긴 여정이네요^^
우리나라도 외국어 발로 번역되어 있는게 많은데... 외국도 뭐 별반 다를게 없나봐요! ㅋㅋㅋ

그림자라고는 손바닥만큼도 없이, 35도가 넘는 허허벌판을 10시간씩 걷던 때는 하루가 마치 1년같기도 했던 여행이었으니...
이렇게 여행기로 써도 길기만 하네요.ㅋ
그 긴 여행을 마치고도 집에 금방 못 왔답니다...
연장전이 더 있으니 아직 긴장 풀지 마세요.ㅋㅋㅋ

35도가 넘는 허허벌판을 10시간씩 걷던 때

헐~ 이건 순례길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인데요!!
이런 기억은 평생 남아 있을듯...
헉!! 연장전이라니...ㅋㅋㅋㅋㅋ

드디어 야곱의 순교지까지... 축!^^

저긴 정말 꼭 걸어서 가야 제맛일 거 같아요.ㅋ

해냈다는 성취감이 대단했겠는데요..

저때 엑티핏이 있었으면... 전 엑티핏 최강자였을 겁니다.ㅋㅋ

드디어해냈군요 흥분됬겠어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살면서 쉽게 갖지 못하는 성취감을 선물받았습니다.^^

두 분 존경스럽습니다.
힘들고 귀찮은 일 싫어하는데 그 먼 여정을 소화하셨으니
사는 동안 두고 두고 힘든 상황이 오면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힘든 상황'이 아니라 '빛나는 추억'이 되었네요.
힘든 건 시간이 지나면 잊는데, 좋았던 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지는 거 같아요.^^

Hi @gghite!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078 which ranks you at #9960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dropped 95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9865).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172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68.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You're on the right track, try to gather more followers.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Good user engagement!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드디어 끝이군요 729키로미터 지나간 추억이지만 축하드립니다

저 여행 이후로 전, 왠만한 곳은 거의 걸어다닙니다.ㅋㅋ

그 머나먼 여정을~~ 숙소에서 찍은 스템프들이 정말 ㅎ ㄷ ㄷ 합니다 ㅎㅎ 수료증도 정말 대단한 업적이구요^^

Posted using Partiko iOS

저기에 '스페인 하숙'의 스템프까지 있었으면 대박이었을텐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