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좋은 세상

in zzan4 years ago (edited)

한 참 바쁜 저녁 시간이었다.
친정 올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몇 차례 부재중 발신이 찍혀있었다. 통화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일 인가하며 전화를 받았다. 카톡도 남겼는데 형님이 못 보신 것 같아 다시
전화를 건다며 이어지는 얘기는 너무 뜻밖이었다.

외사촌 동생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였다.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달려들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겼을 때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 수술은 했지만 결국 먼 길을 떠났다고 한다. 아직 아이들 결혼도 못 시켰다고 형제들이 애통해했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외삼촌 댁을 자주 갔었고 사촌들과도 잘 어울렸다. 더구나 그 동생은 성격이 온순하고 얌전해서 항상 얼굴에 소리 없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눈 덮인 고궁에서 함께 찍은 사진 속엔 지금도 아리따운 이 십 대 아가씨였다. 늦은 밤 시간대라 야간 운전도 어렵고 어머니께서는 내가 없는 시간에 대한 공포가 크셔서 통화만 하고 조의금을 보냈지만 애석함보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며칠 전에는 동네 할아버지께서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는 소리가 들리고 오늘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이 이웃에서 초상이 나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 요양원에 계시다 장례식장으로 가서 화장을 하기 때문에 가까운 친척이 아니면 모르고 지나간다.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면 감염병 위험도 있어 조의금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사람이 죽어도 모르는 단절 된 생활을 한다. 그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라고 생각하면서도 허전함을 누를 수가 없다.

어쩌다 외출을 하려면 옷장을 열고 이것저것 걸쳐본다. 마땅한 옷이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막상 버리려면 몇 번 안 입었다고 망설이고 부엌에 가면 별로 쓰지 않는 살림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버리려면 아직 쓸만하다고 다시 제자리에 두게 된다.

물건 하나 버리는 데는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야 하는데 가깝던 피붙이를 버리는 데는 불과 이틀 밤도 길다.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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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짠~! 💙 합니당...

오래 갈 거 같아요.
가족들과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났으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떠난 동생도 안 됐지만
갑자기 엄마를 잃은 아이들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파요.

두고두고 허전하고 마음이 아프실텐데.... 어쩌신대요? ㅠㅠ

살아있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잠시 전까지 가족들 생각하며 밥짓고
물 한 모금이라도 골라 먹이던 엄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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