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18.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나룻배는 저만큼 나루터에 매어진 채 어둠이 오고 있는 것이다.
도롱이를 입고 막 집을 나서려던 두만아비와 영만이 원선을 보자 움찔한다. 우물쭈물 인사도 없이 그들 부자가 나가는 것을 본 원선은 빗속의 망부석처럼 서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서럽게, 그간의 설움이 한꺼번에 둑을 차고 쏟아지는가. 봉순이도 따라 울고 서희는 봉창 쪽을 바라볼 뿐이다.
-토지 제5편 떠나는 자(者)와 남는 자(者) 17장 가냘푼 희망이 그네를 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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