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봉투 넉넉하게 해서 축하하러 가겠습니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축의금 봉투 넉넉하게 해서 축하하러 가겠습니다./

역시나 입니다.
어제저녁에 170을 채려나 싶어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걸어 봤습니다.
팔리더군요.
그리고 주춤주춤 거리며 빠지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다시 매수를 할까 하는데 아니지 아니야 누구하고의 약속이든 지켜야 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아들하고의 약속이니 이번만은 깔끔하게 지켜 줘야 하겠기에 내 주특기인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을 미루어 놓고 매각 대금을 몽땅 출금했습니다. 그게 새벽 두세 시쯤에 일일 겁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보 이더가 더 올랐네 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그래 내가 팔았으니 그렇지 대꾸를 하며 시세 판을 보니 정말 빠진 게 아니라 더 올라있는 겁니다.
온종일 슬금슬금 올라서더니 오늘 저녁때는 180만 원을 찍는 겁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이더 하나 밤사이에 날아갔구나, 18개를 팔았으니 딱 이더 한 개가 날아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다른 때 같으면 아까워서 참 아깝다 아깝다 할 텐데 전혀 아깝지 않게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 120에 사서 170에 팔았으면 잘한 거지 잘한 거야 괜히 욕심내다가 막상 내려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처럼 쓰라린 마음으로 팔아야 하는데 아주 잘한 거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어쨌든 가족의 행복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애터미를 하라 해도 싫어요, 스팀에서 활동 좀 하라 해도 싫어요로 일관하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호적 파기 싫으면 애터미 가입은 해라 탈퇴하면 안 된다 했더니 알았어요로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놈이지만 모든 게 이해되고 용서되고 사랑스러운 게 알아서 장가가고 알아서 손주 안기니 그것보다 더 고마운 것이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장이 불장으로 달아오르면 이사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싶은데 그 또한 욕심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 정도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려 합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이왕 주는 거라면 떨어지는 가격에 팔아 주는 것보다 오르는 가격에 팔아 주는 것이 더 복이 있는 돈이라는 생각입니다. 성하는 기운이 들어있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는 그런 생각인 것이죠.

요즘 아내가 싱글벙글입니다.
큰 놈이 둥지를 마련한다니 그것에 조금이라도 보태 줄 수 있으니 좋은가 봅니다.
79년도에 결혼해서 40년이 넘도록 함께 살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집을 장만해서 이사를 할 때도 이렇게 좋아하는 티를 낸 사람이 아닌데 아들이 둥지를 마련한다니 자기가 살집도 아닌데도 아주 좋은가 봅니다.

어느 집 부모나 다 이럴 겁니다.
해줄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부모의 마음을 확 열어주는 건 다른 거 없다고 봅니다.
빨리 결혼해서 손자 안기는 거 이거보다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 처녀 총각인 분들은 서둘러 결혼하시기 바랍니다.

집이 없어 돈이 없어 직장이 없어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정 말 사랑한다면 그런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내 놓고 보니 개뿔도 없이 시작해서 이루어가는 재미 그거 돈 주고도 못 사는 것들이기에 인생 정말 그렇게 사는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런 말에 공감하여 결혼하는 처녀 총각 있으면 연락 주세요.
축의금 봉투 넉넉하게 해서 축하하러 가겠습니다.

뭐 세상을 늘 헤쳐가듯 살아서 그런지 잘난것도 없고 못하는 말재주이지만 청이있다면 주례도 서 드릴수도 있습니다.
뭐 부탁하면 축시도 멋지게 지어서 낭송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 글제는 "역시나"로 했는데 쓰다 보니 삼천포가 아닌 만리포고 간듯합니다.
하여 오늘 글제는 "축의금 봉투 넉넉하게 해서 축하하러 가겠습니다." 가 나을 거 같아 바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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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경사가 있으신가 봅니다 ^^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