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시대를 앞서가는 스티미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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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시대를 앞서가는 스티미언이다./cjsdns

세월이 변하기는 많이 변했다.
무슨 때면 애들이 오는데,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아들놈들이 설거지 같은 것을 알아서 척척한다. 며느리 둘은 소파에서 티브이를 보고 아들놈들은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세월이 그렇게거니 하며 지내니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그런데 오늘 사달이 났다.
난양주에서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여동생이 연휴라 가족들과 왔다. 저녁 식사 후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는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생이 방향을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간다. 어쩌는가 보니 지 오라비 성토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밥도 오빠가 하고, 설거지도 빨래도 집안일을 나보고 하란다. 그게 요즘 사람들 사는 법이라며 그리 하라는데 지나가는 이야기로 한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작정을 하고 해 대는 이야기로 느껴지니 기분이 묘하며 별안간에 얻어터지는 격이 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상황이 해야 할 상황이면 하겠지만 지금 그런 상항은 아니고 막상 그렇게 한다 해도 어머니는 그렇다 쳐도 아버지가 에미는 뭐하는데 네가 그걸 하냐 하시면서 며느리 공박하시기에 딱일 거 같은데 동생 보기에는 아무래도 시집온 지 40년이 넘어도 새언니 새언니 하며 오빠가 뭔 복에 새언니를 만나서 이리 호강을 하냐며 오빠를 성토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끝으로 동생 둘은 학비는 물론 학교에서 대학 진학 문제나 그 외 학부모와 의논할 일이 있어 부모님 모시고 오라 하면 부모님 대신 학교를 내가 방문하고 했다. 그렇게 대학까지 공부를 시켜서 시집까지 보내 놨더니 큰오빠라면 하늘같이 알더니 이제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라 하니 동생 눈에는 내가 밥만 축내는 식충이로 보여서 새언니한테 뭔 소리 들을까 미리 한소리를 하는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안 들어본 이야기라 적응이 안된다.

우리 집은 분위기가 묘하다. 오빠가 있으니 형이 있으니 새언니가 있는 거고 형수가 있는 것인데 어찌 된 것이 새언니가 있어서 오빠가 있는 것이고 형수가 있어서 형이 있는 격이 되었으며 이런 상황은 4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는 아닌 거 같은데 어쨌거나 결혼초부터 이런 분위기였고 그 중심에는 늘 어머니가 계셨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나 나가서나 장가 잘 갔다는 이야기를 이날 이때까지 듣고 사니 운이 좋은 건지 내가 잘난 건지 아니면 내가 많이 부족한 구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오늘 동생의 이야기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했다. 야! 그런 소리 하려면 일 년에 한 번만 와라, 네가 아무래도 오빠를 과소평가하는 거 같다.

그리고 말은 못 하고 속으로 그랬다. 그래 네가 오빠가 나이 먹어 머리가 백발이 되니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밥만 축내는 밥버러지로 생각하여 구박받을까 새언니 앞에서 설레발을 치는 거 같은데 두고 봐라, 스팀이 만원만 가봐라, 그런 날이 오면 네입으로 다시 우리 오빠 최고야! 하고 외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오빠는 이래 봬도 니도 모르는 암호화폐 투자자로 시대를 앞서가는 스티미언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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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ears ago 

우리 스티미가 어서

학으로 날아 지폐 가즈앙~!

신사임당으로 가즈앙~! ♨♨♨

나는 현명한 여자가되고 싶어

 5 years ago (edited)

천운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입니다ㅎㅎ 스팀 만원 가자!! 편안한 저녁 되세요~☆

5000원만 가도 상당부분 해소될 듯 합니다.ㅎㅎㅎ